[반쪽짜리 조각투자]③'낙타 바늘구멍'…인가심사 장벽 까마득

백지현 2024. 7. 1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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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샌드박스 지정 신청 상당수 조각투자
조각투자 발행·유통 서비스 혁금 지정 6건 뿐
업계 "당국 의지 옅어…지정기간 연장도 의문"

부동산, 음원 등 조각투자 상품의 발행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5년간 지정받은 곳이 6군데로 '가뭄에 콩 나듯' 할 정도다. 이미 인가를 받은 곳들 역시 안심하기 어렵다. 당국이 보수적인 기조를 띠고 있는 데다 올해 말까지 상품을 발행하지 않으면 지정기간을 연장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나온다. 

STO 법안 폐기에 샌드박스만 바라보는 조각투자업계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분기 금융 규제 샌드박스 지정 신청한 131건 중 자본시장 분야는 48건으로 36.7%를 차지한다. 금융위는 이번에 들어온 접수 건들에 대한 심사를 진행해 120일(4개월) 내 지정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번에 접수된 신청 건에는 조각투자 관련 사업도 상당수를 포함하고 있다. STO 사업을 추진하는 대형 증권사들은 평균 3~4건의 조각투자 관련 샌드박스 서비스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각투자는 미술품, 한우 등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투자계약증권과 부동산, 음원 등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비금전 신탁수익증권으로 나뉜다. 이중 비금전신탁수익증권의 경우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서만 발행, 유통이 가능하다. 현재 자본시장법상으론 금전적 재산으로만 신탁수익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탓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김희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비금전재산을 기반으로 신탁수익증권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새롭게 열린 22대 국회에선 아직 이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다. 

결국 신탁방식으로 발행되는 조각투자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만이 유일한 길이다. 지난 2019년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조각투자사업은 카사(2019년), 루센트블록, 펀블(이상 2021년), 뮤직카우, 에이판다파트너스(이상 2022년), 갤럭시아머니트리(2024년) 등 6곳이다.

이후 웹툰 지적재산권(IP), 특허권, 선박 엔진 등 여러 기초자산을 활용한 조각투자 서비스가 금융규제 샌드박스 인가에 도전했지만 혁신위 심사에서 미끄러졌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려면 혁신위 소위원회, 혁신위, 금융위원회 본회의를 거쳐야 한다. 혁신위는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13조에 기재된 혁신성, 소비자 편익, 회사 자격, 소비자 보호 등 9가지 조건을 잣대로 심사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나 금융감독원이 접수받은 안건을 올리면 혁신금융심의위원들이 법상 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 규제 샌드박스 내실화 방안을 통해 혁신성, 소비자 편익 등 기준을 이전보다 완화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당국 보수적인 기조에 업계는 '노심초사'

그러나 직접 심사를 받아본 업체들은 심사가 소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조각투자발행 업계 특성상 스타트업이 대부분인 터라 당국이 요구하는 자산 규모 등을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샌드박스 인가 신청을 접수한 조각투자발행업체 관계자는 "처음 제도권에 조각투자를 들일 때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라며 "어렵게 사업을 재편했는데 혁신금융서비스를 열어줄 의지가 없어보여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도 투자자 피해가 생기면 안되니깐 조심스럽게 심사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선 야속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디지털금융 관계자는 "비슷한 사업에 대해선 소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혁신위에 상정하는 패스트트랙 제도가 존재하지만 사실상 유명무실"이라며 "오히려 당국은 동일한 기초자산군에 대해 이미 테스트를 진행 중인데 또 열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피드백이 없어 아쉽다는 불만도 나왔다. 조각투자 발행사 관계자는 "자산안정성이나 투자자보호 기준을 불충족했다는 이유로 탈락했다고 들었다"며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것 때문에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는지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당국의 보수적인 기조 속 이미 인가를 받은 곳들도 지정기간을 연장할 수 있을지 노심초사다. 일례로 에이판다파트너스는 지난 2022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지만 아직까지 상품을 하나도 발행하지 못했다. 지정기간이 끝나는 올해 12월 전까지 상품을 내놓지 못한다면 특례 기간도 이대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에이판다파트너스 관계자는 "플랫폼 개발을 마치고, 계좌연결, 통합 테스트 등 기술적으로는 마무리됐다"며 "다만, 부동산 담보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다루는 서비스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나 시장 불확실성 때문에 현재 소싱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2월 연장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올해 안엔 결과를 내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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