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하려는 박명수와 진짜 몰입하는 박보검 사이('My name is 가브리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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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더블린으로 날아간 박보검은 그곳에 사는 루리를 대신해 아카펠라 그룹을 지휘하는 일을 해야 했고, 태국 치앙마이에 간 박명수는 그곳의 우티를 대신해 솜땀 장사를 해야 했다.
박보검이 좀더 상황 몰입에 익숙해 진짜 루리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박명수는 예능의 상황극이 더 익숙해 그 다른 삶의 부딪침에서 만들어지는 예능적 재미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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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72시간 동안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본다? JTBC 예능 <My name is 가브리엘'은 그 단순한 미션 설정 하나를 갖고, 출연자들마다의 성향을 인터뷰를 통해 분석한 후 전 세계인 중 거기에 맞는 딱 한 사람을 선택해 그 삶 속으로 들여보낸다. 그 사람이 되어 그 친구들과 가족들을 만나고 그가 일하는 일터에서 해왔던 일들을 해야 한다는 미션은 결코 쉽지 않다. 해외이기 때문에 언어소통에도 장벽이 느껴지지만, 낯선 삶에 들어가 그 사람이 해왔던 일을 해나간다는 게 막막할 수밖에 없다.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날아간 박보검은 그곳에 사는 루리를 대신해 아카펠라 그룹을 지휘하는 일을 해야 했고, 태국 치앙마이에 간 박명수는 그곳의 우티를 대신해 솜땀 장사를 해야 했다. 또 염혜란의 경우, 중국 충칭에서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큰 훠궈집에서 매니저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낯선 일을 마치 자기 일처럼 해내야 하는 것. 만만찮은 일이다.
그런데 이 똑같은 상황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의 방송 분량이 만들어진다. 첫 물꼬를 연 박보검의 경우는 진짜 루리의 삶에 깊이 동화되어가는 몰입의 과정을 보여줬다. 루리가 되어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자신이 이끄는 아카펠라 그룹과 함께 축제일에 맞춰 연 버스킹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또 루리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 진짜 루리처럼 환대를 받는 모습으로 큰 감동을 선사했다. 그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박명수의 경우는 박보검과는 너무나 다르다. 치앙마이에서 솜땀 장사를 하는 우티의 삶 속으로 들어간 박명수는 아내인 잼과 그 집에 함께 사는 집안일 돌보고 솜땀 장사도 돕는 쑤, 5촌 조카 씨와 함께 지내는 모습이 마치 시트콤 같다. 처음에는 우티가 되어야 하는 미션에 맞게 기억을 잃었다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그 사람이 되어보려 하지만, 금세 박명수 본연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래서 버럭대면서도 때론 따뜻한 박명수 특유의 캐릭터쇼 같은 느낌이 되어간다.
이것은 아무래도 연기자와 예능인 사이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결과일 게다. 박보검이 좀더 상황 몰입에 익숙해 진짜 루리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박명수는 예능의 상황극이 더 익숙해 그 다른 삶의 부딪침에서 만들어지는 예능적 재미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박보검편이 영화 같았다면, 박명수편이 시트콤 같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누가 그 상황 속에 던져지느냐에 따라 다른 색깔이 나오는 건 염혜란편을 보면 더 분명해진다. 그는 또 박보검과도 박명수와도 다른 결이 나온다. 박보검이 보다 극화된 영화를 연기하는 것 같다면, 염혜란은 생활연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박명수가 하는 식의 예능을 하려고 하지는 않지만 생활연기를 하는 듯한 그 상황들 속에서 자연스러운 웃음이 묻어나는 면이 있다.
이처럼 출연자들마다 다른 색깔이 나온다는 건 <My name is 가브리엘>에 대한 출연자별 반응들이 너무나 상이하게 나오는 이유다. 누군가는 박보검이나 염혜란의 사례처럼 진짜 그 상황에 몰입해 타인의 삶 속 깊숙이 들어가는 재미를 더욱 원할 수 있겠지만, 누군가는 박명수처럼 살짝 그 삶 바깥으로 튀어나오곤 하는 본인의 캐릭터를 통한 예능적 재미를 원할 수 있다. 그러니 보통 두 명의 사례를 병치해 한 편에 보여주는 프로그램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다양한 재미를 준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처럼 상이한 색깔을 오히려 즐길 수 있겠지만, 어느 하나를 기대하고 보면 재미의 결이 달라지는 지점에서 실망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여러모로 김태호 PD다운 실험적인 예능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거의 블록버스터에 가까운 시도로 실험을 한다는 건 어딘가 아슬아슬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언어의 장벽 때문에 완전히 그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들은 보다 리얼한 결과를 내지 못하는 장애요소가 된다. 취지와 도전은 충분히 그 가치를 이해할 수 있지만, 결과가 다소 아쉽게 다가오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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