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자백한 ‘무면허 뺑소니범’…정작 음주운전 혐의 ‘적용 불가’

차량 4대 들이받고 인근 수풀로 도주
약 14시간만에 검거된 후 음주측정서 ‘0%’ 나와

(시사저널=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7월10일 오후 제주 한라산 516도로에서 차량 3대와 버스를 들이받고 도주한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당시 피해 차량 블랙박스 영상 캡처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무면허 운전 중 차량 4대를 추돌하고 도주한 40대가 음주 사실을 자백했다. 그러나 혈중알코올 수치가 검출되지 않아 음주운전 혐의 적용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제주동부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사고 후 미조치)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40대 A씨를 수사 중이다.

A씨는 지난 10일 오후 6시39분쯤 제주시 한라산 성판악 탐방안내소 인근 516도로에서 서귀포 방면으로 승용차를 몰던 중 중앙선을 침범해 승용차 3대를 추돌했다. 이후 차를 몰고 도주하다 재차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오던 버스까지 추돌했다. A씨의 뺑소니 음주사고로 버스 승객 등 총 3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의 도주 행각은 계속됐다. 두 번째 추돌사고 현장이 어수선한 틈을 타 차량을 버리고 인근 수풀 속으로 도주한 것이다. 결국 그는 11일 오전 8시20분쯤 사고 현장에서 약 13㎞ 떨어진 제주시 양지공원 인근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긴급체포 됐다. A씨는 "사고에 대한 기억이 없고, 아침에 눈 떠보니 풀숲에 누워있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검거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다. A씨의 도주로 사건 발생 13시간40분만에 진행된 음주 측정에서 혈중알코올농도가 0%로 나온 것이다. 채혈을 통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검사에서도 음주 수치는 검출되지 않았다. A씨 본인은 처음엔 음주운전 혐의를 부인하다 결국 "사고 발생 5~6시간 전 소주 5~6잔을 마셨지만 취하진 않았다"며 사실상 자백했다.

다만 A씨에게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현행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려면 반드시 혈중알코올농도가 확인돼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의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이 있긴 하지만, 이조차도 역추산의 기준점이 될 최초 수치를 필요로 한다. 음주 수치가 전혀 검출되지 않은 A씨의 경우, 그의 자백만으론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

한편 A씨는 2018년 차량 절도 관련 범행으로 운전 면허가 취소됐던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