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주의에 염증…美기업들, 캘리포니아 대탈출

송영찬 2024. 7. 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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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뿔난 美기업들
진보주의 성향 강한 캘리포니아
성소수자 관련 법안 잇단 제정
머스크 "X본사도 이전하겠다"
최적 이전지로 텍사스 떠올라
PC주의 약하고 소득세 없어
HP·오라클·테슬라 등 옮겨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주 정부가 당신의 자녀를 빼앗아 갈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6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전날 ‘성소수자 학생 관련 법(AB1955)’에 서명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이건 인내심의 한계(the final straw)”라며 “이 법과 그전의 많은 법이 가족과 회사 모두를 공격했기 때문에 스페이스X 본사를 캘리포니아 호손에서 텍사스 스타베이스로 이전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기업의 ‘캘리포니아 엑소더스(대탈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과거 ‘기업하기 좋은 주’라는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어진 지 오래다. 각종 규제와 높은 세율, 거세진 PC(정치적 올바름)주의 바람에 대한 반발로 기업이 하나둘씩 떠나고 있다.

 ○테슬라·팰런티어 등 줄줄이 이전


이날 머스크 CEO가 SNS에 올린 게시글은 모두 18개로 이 중 10개가 성소수자 학생 관련 법을 다룬 내용이었다. 그는 스페이스X 본사 이전 계획을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아 “빌딩을 드나들 때마다 폭력적인 마약 중독자 무리를 피하는 것도 할 만큼 했다”며 X 본사도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이전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머스크 CEO는 이미 2021년 자신의 주소지와 테슬라 본사를 오스틴으로 옮겼다.

미국 기업의 캘리포니아 엑소더스는 지난 5년간 진행돼왔다. 2019년 휴렛팩커드(HP), 2020년 팰런티어와 오라클, 2021년 CRBE 등이 모두 텍사스와 콜로라도 등지로 본사를 이전했다. 원인은 캘리포니아의 높은 세율과 각종 규제, 고물가 등이었다. 캘리포니아의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은 올해 초 기준 13.3%에 달하며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높다. 반면 텍사스는 주 단위의 개인소득세와 법인세가 없다.

캘리포니아의 범죄 노출률은 10만 명당 495명으로 최상위권에 속한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등을 중심으로 마약 중독자가 급증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에도 진원지인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 공실률은 역대 최고를 찍었다. 상업용 부동산 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2분기(4∼6월)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공실률은 34.5%를 기록했다. 이는 1분기의 33.9%를 웃도는 사상 최고치다. 1년 전 동기(28.1%) 대비 6%포인트 이상 오르고 코로나19 기간 이전(5%)보다 30%포인트 가까이 급상승했다.

 ○PC에 뿔난 기업과 직원

머스크 CEO가 비판한 성소수자 학생 관련 법은 캘리포니아 학교 직원이 학생의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본인 허락 없이 부모 등 다른 사람에게 알리도록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에서 이 같은 법이 제정된 것은 캘리포니아주가 처음이다.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기업 대다수가 줄지어 텍사스로 향하는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에서 공화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텍사스는 PC주의의 영향력이 약한 곳 중 하나로 꼽힌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해 성적 소재를 다룬 책을 공립학교 도서관에 비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캘리포니아와 정반대 길을 걸은 것이다.

유독 캘리포니아에서 PC주의 움직임을 둘러싼 사회 갈등이 크게 나타난다는 점도 기업 활동에 제약이 된다. 캘리포니아가 2016년 공공 건물에 ‘성 중립 화장실’을 의무화하자 식당 등을 운영하는 일부 세입자는 “차라리 다른 주로 영업장을 옮기겠다”며 반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2021년 로스앤젤레스(LA) 코리아타운의 한국식 찜질방을 두고 벌어진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성 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탕에 출입한 것을 두고 일어난 논란은 성소수자 옹호 단체와 반대 단체 간 유혈 충돌로 번졌다.

기업이 PC주의에 편승하지만 소속 직원이 반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한 빅테크 업체 개발자 토머스 최(32)는 “트랜스젠더 남성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회사 남자 화장실에 탐폰이 비치돼 있고 회사 지원 과정에서 성별 선택지만 열 개가 넘었다”며 “최근 들어 과도한 PC주의 움직임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회 분위기가 커졌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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