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유족 “국적·비자 구분없이 평등하게 보상하라”
23명이 숨진 화성 화재 참사와 관련해 사고가 난 공장인 아리셀 측이 일부 유족들에게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했으니 퇴거 대상”이라는 내용의 문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감안해 산업재해 보상금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족들은 “책임을 떠넘긴다”라며 국적이나 비자 종류 구분 없이 보상을 평등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17일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에 따르면 아리셀 측이 선임한 노무법인은 최근 일부 유족들을 대상으로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재외동포(F-4)는 단순노무행위를 할 수 없다”며 “단순 노무행위를 한 경우 체류기간 연장이 불가능하고, 퇴거 대상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보냈다.
아리셀 측이 이런 주장을 한 것은 추후 유족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상금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회사는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들에게 만 65세까지 일하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일실수입’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한다.
외국인의 경우 비자를 기준으로 한국에 얼마나 체류할 수 있는지를 따지게 된다. 체류 예상 기간은 한국에서의 소득을, 나머지는 본국의 소득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앞서 아리셀 측은 재외동포 비자로 입국했다가 사망한 경우 국내 체류 기간(7년)은 내국인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적용하고, 이후 65세까지는 중국 현지 근로자 임금으로 일실수입을 적용했다. F-4 비자를 가진 희생자가 출입국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면 아리셀 입장에선 보상금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유족들은 이런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비자 종류에 따라 채용하고 업무 배정을 하는 것은 회사의 책임인데 이를 무시한 채 ‘불법파견’을 받아놓고 문제가 생기니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신하나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현재 노동자들이 단순 노무행위를 했는지부터가 확실하지 않다”면서 “그렇다 하더라도 불법인 단순 노무를 희생자들에게 시킨 것이 사측이므로 비자 연장 불가를 전제한 보상액 수준은 향후 법정에서 다퉈볼 부분이 많다”고 반박했다.
이날 화성 화재 참사 유족들은 화성시청 모두누림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리셀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참사로 딸과 조카를 잃은 한 유족은 “아리셀은 최저임금으로 우리 아이들의 목숨값을 결정했다”며 “너무나 허망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내국인·외국인 따지지 말고 다 같은 인간으로 봐달라”고 호소했다.
유족들은 “보상안과 관련해 사측은 개별 접촉하지 말고 공식 대표단을 통해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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