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밭’ 학전 소극장, 어린이·청소년 공연시설로 부활
'경영난' 학전 폐관 넉 달여만에
정부 지원 받아 공공극장 변신
어린이 공연예술단체에 대관
서울 대학로 공연예술의 산실이었던 극단 ‘학전(學田)’은 ‘배움의 밭’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학전 설립자인 연출가 김민기(73)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배우고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연장의 이름을 지었다. 학전은 이름의 뜻대로 지난 33년간 ‘지하철 1호선’ 등 359개 작품을 무대에 올리면서 김윤석, 설경구, 황정민, 조승우 등 굵직한 예술인들을 배출했다.
학전은 명맥을 잇기 위한 여러 시도에 불구하고 지난 3월 폐관했다. 하지만 학전은 문화예술인들의 지원 속에 다시 살아났다. 폐관 125일 만인 17일 ‘아르코꿈밭극장’ 간판을 달고서였다. 아르코꿈밭극장은 학전의 정체성을 계승하면서 공연예술을 사랑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꿈이 움트는 공간으로 새출발했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이날 서울 동숭동 아르코꿈밭극장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우리 공연계에 큰 영향을 미친 김민기의 정신을 이어받아 학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속 살려 나갈 수 있는 어린이·청소년극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학전은 극심한 경영난이 지속되며 지난 3월 15일 공연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공연 특성상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려운데도 ‘어린이·청소년극 우선론’을 고집했던 김민기 대표가 사비까지 털어 무대를 꾸렸지만, 암 투병 등 건강 악화까지 겹치며 결국 운영을 멈춘 것이다. 이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책 마련의 뜻을 밝히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가 학전 건물을 임차해 공공극장을 운영키로 결정하며 재개관하게 됐다. 문예위는 “내가 없으면 학전도 없다”는 김 대표의 뜻을 존중해 대국민 공모를 통해 학전 대신 꿈밭극장이란 이름을 붙였다.
정 위원장은 “연극, 무용계 예술인을 위한 공간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마땅한 소극장 장기임대를 검토하던 중 학전이 더는 유지가 어렵단 얘기를 듣고 이어받게 됐다”면서 “‘내가 뿌린 씨앗은 내 손에서 정리하는 게 좋겠다’는 김민기 선생의 뜻이 워낙 강했던 터라 학전의 이름을 쓰진 않지만 가능하면 그 흔적을 지우지 않으면서 어린이·청소년극을 선보이는 새로운 그림을 그려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찾은 아르코꿈밭극장은 간판만 바뀌었을 뿐 노후화된 시설을 정비하는 선에서 리모델링을 최소화했다. 신진 음악인들의 등용문 역할을 지속하면 좋겠다는 김 대표의 바람에 따라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도 같은 장소에서 지속하기로 했다. 대신 극단 사무실이 있던 2층은 어린이와 부모 관객이 사용할 수 있는 라운지로, 3층 연습실은 창작자를 위한 커뮤니티로 바꿨다. 내년엔 1층까지 임차를 마쳐 학전 아카이빙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정 위원장은 “내년 예산편성을 통해 전면 리모델링도 생각하고 있다”면서 “예산이 여의찮을 경우 어린이꿈밭펀딩 이름의 후원을 통한 자금 마련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아르코꿈밭극장은 학전의 역사성을 보여주는 방향의 어린이·청소년극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이날 재개관에 앞서 극장 앞에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의미에서 학전의 대표 어린이 뮤지컬인 ‘고추장떡볶이’와 올해 극장 프로그램 구성을 맡은 아시테지 코리아의 여름축제 연극인 ‘뜀뛰는 여관’을 합친 공연을 진행한 이유다. 이날 아르코꿈밭극장은 개관 특별공연으로 인형극 ‘와그르르르 수궁가’도 선보였다.
문예위와 아시테지 코리아는 앞으로 공모를 통해 무대에 올릴 어린이·청소년극을 고른단 방침이다. 문예위에 따르면 어린이 공연예술단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대관료를 공연회차당 전국 최저 수준인 10만 4000원에 운영할 계획이다. 방지영 아시테지 코리아 이사장은 “아르코꿈밭극장에서 많은 창작자들의 도전과 실험, 융합이 일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면서 “영유아와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공연에 우선적으로 대관해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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