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도로 뺑소니 운전자, 음주 인정…경찰 "혐의 적용 못 해"

제주 516도로 뺑소니 운전자, 사고 13시간 후 혈중알코올농도 0%

제주도 5·16 도로에서 무면허 운전을 하다 차량 4대를 들이받은 40대가 음주 사실을 인정했지만, 경찰이 출동하기 전 달아나 음주측정을 못한 탓에 음주운전 혐의는 적용받지 않을 전망입니다.

오늘(17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운전자 A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사고 후 미조치) 위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A 씨는 지난 10일 오후 6시 39분쯤 한라산 성판악 탐방안내소 인근 5·16도로에서 서귀포 방면으로 소나타 승용차량을 몰다 중앙선을 침범해 승용차 3대를 잇달아 들이받았습니다.

사고가 나자 A 씨는 잠시 멈췄다가 이내 파손된 차를 몰고 달아나던 중 또다시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간선버스와 충돌했고, 이 사고로 버스 승객 등 3명이 다쳤습니다.

두 번째 사고를 내고 하차한 A 씨는 어수선한 상황을 틈타 경찰과 소방 당국이 출동하기 전 차량을 놔둔 채 인근 수풀 속으로 달아났습니다.

사고 다음날 오전 8시 20분쯤 현장에서 약 13km 떨어진 제주시 양지공원 인근 도로에서 체포된 A 씨는 1차 조사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조사가 진행되자 "사고가 발생하기 5∼6시간 전인 점심때 소주 4∼5잔을 마셨지만,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며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사고 당시 A 씨가 차량을 놔둔 채 달아나 음주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경찰이 사건 발생 약 13시간 40분 만에 긴급체포해 진행한 음주 측정에서 A 씨 혈중알코올농도는 0%로 나왔습니다.

경찰은 곧장 채혈을 진행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지만, 여기서도 음주 수치는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현행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려면 반드시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해야 합니다.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기법도 있지만, 역추산할 최초 수치가 필요해 음주 수치가 검출되지 않은 이번 경우에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피의자가 음주를 시인했어도, 음주 수치가 검출되지 않으면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며 "음주 수치와 함께 진행한 약물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정민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ma11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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