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1주기' 국회의장 등 추모 행렬…"진실 밝힐 것"(종합)

이수정 기자 2024. 7. 1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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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기 맞아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운영
"선배로서 미안" 분향소 찾은 시민들 '눈물'
정치인들 발길 이어져…"국회, 진실 밝힐것"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故 채수근 상병 순직 1주기 추모 시민분향소를 찾아 해병대 예비역 단체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07.17.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문효민 인턴기자 = "수근이가 화 났나 봅니다. 채상병 특검법, 통과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채 상병 사망사건' 1주기를 맞아 시민 분향소가 설치된 17일. 서울 전역에는 강한 빗줄기가 내렸다. 이 탓에 분향소를 찾는 발걸음은 많지 않았다. 분향소 안에는 해병대예비역연대 일원 9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해병대 534기를 나왔다는 서왕천(59)씨도 오전 내내 분향소를 지키고 있었다. 서씨는 천둥·번개 소리에 "수근이가 화 났나 보다"라며 "물살이 세면 안전 장치를 제대로 해서 보냈어야 한다. 어떻게 그냥 뛰어들라고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 상병은 지난해 7월19일 경북 예천군 보문면 미호리 보문교 남단 100m 지점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민간인 실종자를 수색하던 도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이후 실종 지점에서 5.8㎞ 떨어진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자리를 지키던 이근석(79)씨도 오전 9시께 분향 후 취재진과 만나 눈물을 보였다.

해병대214기라는 이씨는 "손주 같은 아이가 하늘나라에서 잠도 잘 못 자고, 편히 쉬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니 힘들다"며 "내가 이렇게 힘든데 아버지, 어머니는 하루하루 어떻게 버틸까 생각하면 밤에도 눈물이 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오전 11시께 비가 그치자 분향소를 찾는 발걸음이 하나둘씩 늘었다.

강원도 태백에서 왔다는 박승복(59)씨는 "다시는 젊은이들이 죽임 당하는 사회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며 "젊은 군인이 죽은 것을 오래된 기계가 망가진 것처럼 얘기하는 국회의원들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해병대931기인 김명석(43)씨도 경기도 수원에서 아내와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 김씨는 "후배가 말도 안되는, 안타까운 일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것이 참담하고, 선배로서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해병대 예비역 단체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故채수근 상병 순직 1주기 추모 시민분향소에서 묵념하고 있다. 2024.07.17. hwang@newsis.com

김씨에게 1년 간 변한 것에 대해 묻자 "변한 것은 하나도 없고, 변해야 할 것만 남아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다시 돌려놔야 한다. 책임자 처벌을 할 수 있다면 특검 뿐만 아니라 어떤 것이든 수용해야 한다"며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한 사람으로서, 선배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들이 군대에 있다는 박미경(53)씨도 "우리 아들한테 똑같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이유를 모르면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는 일"이라며 "우리 아들도 똑같은 상황에서 (물에) 들어갈 것 같다. 그래서 다들 분노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며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보탰다.

인천 남동구에서 분향소 운영을 돕기 위해 온 김부미(57)씨도 "모든 엄마를 대신해서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만약 우리 아들이라면 나는 '못 살았겠다'는 생각이 들고 밤에 잠이 안 오더라.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돕기 시작했다"며 "잘못된 선례를 만들면 안된다. 정의가 바로 서는 순간까지 놓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오후에는 정치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오후 4시께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분향소를 찾았다. 우 의장은 분향 후 포스트잇에 '잊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꼭 밝히겠습니다'라고 썼다.

우 의장을 만난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가가 나서서 밝혀야 하는 것을 국가가 은폐하고 고인과 유족을 모독하고 있다"며 "이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를 줄 몰랐다. 그런데 2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해병대 예비역 단체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故채수근 상병 1주기 추모 시민분향소에서 묵념하고 있다. 2024.07.17. hwang@newsis.com

정 회장은 "이제 어떤 대한민국 남성들이 국회를 가려고 하겠냐. 징병제 국가에서 병역기피가 좋은 선택지로 보여지면 안된다. 제발 좀 (진실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우 의장은 "22대 국회를 구성한 국민 뜻에 따라야 한다"며 "국회도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 의장에 앞서 오후 3시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 의장에 이어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오는 18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분향소를 찾아 조문할 예정이다.

19일에는 사회민주당의 한창민 당대표, 임명희 부대표, 정혜연 부대표, 진보당의 김재연 상임대표, 윤종오 원내대표, 전종덕 비례대표, 홍희진 청년진보당 대표 등이 분향소를 찾을 예정이다.

한편 채 상병 1주기 분향소는 청계광장 조형물 스프링(소라탑) 앞에 2개 동으로 설치됐다. 분향소는 이날부터 1주기인 19일까지 3일 간 운영된다. 서울시는 3일 간의 사용료를 '공익적 목적'을 이유로 면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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