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종일 수술해도 쌍꺼풀보다 수가 싸…누가 오겠나"

백영미 기자 2024. 7. 1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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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서 20년 이상 근무한 외과 전문의
"필수의료 수가인상 추가 인력고용에 필요"
"의료소송에 경찰 들락날락 누가 지원할까"
[서울=뉴시스]신동규 서울적십자병원 외과 과장은 1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공공병원 필수의료 외과 의사의 삶'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낮은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의 필요성을 밝혔다. (사진= 백영미 기자) 2024.07.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장시간 좌상복부에 있는 모든 장기를 다 드러내는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양쪽 쌍꺼풀 수술비보다 더 쌉니다."

신동규 서울적십자병원 외과 과장은 1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공공병원 필수의료 외과 의사의 삶'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낮은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의 필요성을 밝혔다.

의대 증원으로 내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인력이 늘어나긴 어렵다며 원가에도 못 미치는 고질적인 낮은 수가(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의료서비스의 대가)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 과장은 "2000년 중반부터 필수의료 지원율이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면서 "필수의료 의사가 모자란 것은 맞지만, 의사 가 모자라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인력의 30% 가량이 미용 등 시장으로 빠지고 있어 의대 증원을 늘린다고 필수의료로 유입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4년 진행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췌장, 비장, 심장, 횡행결장 등 좌상복부에 있는 모든 장기를 다 드러내는 LUAE 수술을 시행했다"면서 "하루종일 하는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양쪽 쌍꺼풀 수술비(약 100만~200만 원)보다 더 싼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초 6개월 생존이 예상됐던 환자를 24.5개월간 살 수 있도록 만들어 보람을 느꼈지만, 이런 (저수가) 현실을 알고 스스로의 생명이 단축되는 것을 알면서도 후배들이 외과를 선택하길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 과장은 "장기를 하나 뗄 때마다 수가는 더 줄어들어 쌍꺼풀 수술만도 못하다"면서 "LUAE 수술에 들어가는 수 많은 장비와 인력을 고려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필수의료 수가룰 인상하면 의사 1인당 받는 돈이 늘어난다기 보다는 추가 인력 고용 등 시스템 확충에 주로 투입돼 결국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신 과장은 보고 있다.

그는 "원하는 것은 충분한 인력이 들어와서 일을 나눠서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면서 "수가를 높여 내 급여를 높여 달라는 것이 아니다. 이러려고 필수의료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병원에서 수가 문제가 해결되면 좀 더 인간답게 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필수의료 기피 문제를 해소하려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로 인해 의사가 감당해야 하는 민·형사상 소송 부담도 대폭 줄여야 한다. 최근 의료 사고에 따른 배상금이 10억 원을 웃도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뉴시스]신동규 서울적십자병원 외과 과장은 인도네시아, 카메룬 등 의료 취약지 10여개 국에서 의료 봉사도 해왔다. (사진= 본인 제공) 2024.07.17. photo@newsis.com.

신 과장은 "후배들이 외과를 지원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의료 소송의 두려움 때문"이라면서 "환자에게 위해를 가하려 하지 않았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할 경우 언제 경찰서에서 연락이 올까 걱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공공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수술 중 하나로 '외과 수술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고난도 수술인 '휘플 수술(Whipple operation·췌십이지장절제술)'을 예로 들었다.

그는 "두 달 가량 전부터 명치부 통증과 식욕 감퇴, 구역감,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난 50대 쪽방촌 주민을 대상으로 휘플 수술을 시행한 적이 있다"면서 "어시스트 3명이 투입됐고 6~8시간 정도 소요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세(30만 원)를 밀려 쫓겨날 처지여서 퇴원을 못 하신다고 하셔서 도와드린 기억이 있다"고 했다.

공공병원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의술의 급속한 발전과 국민의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 요구에 따라 국내에 도입된 지 20년 이상된 세부·분과 전문의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 과장은 "공공병원은 재정이 열악해 대장암, 폐암, 간암, 유방암 등 분과 전문의를 일일이 다 채용할 수 없다"면서 "한 사람이 모든 책임을 다 짊어지지 않으면 공공병원 필수의료는 전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외과는 간담췌외과, 소아외과, 상부위장관 등 여러 분과로 나뉘고 질환도 폐혈증, 장마비, 장폐색, 탈장, 화상 등으로 다양하다"고 했다.

신 과장은 의대 증원 사태 여파로 필수의료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결국 외과 같은 필수의료 인력이 계속 줄고 그나마 남아있는 필수의료 진료과도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깨어져 방어 진료와 소송전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과장은 서울아산병원 펠로우(전임의)를 거쳐 서울의료원 등 공공병원 외과 의사로서 20년 넘게 근무했다. 수술 건수만 서울의료원에서 1469건, 서울적십자병원에서 3231건 등 총 4700건에 달한다. 종괴 절제술 850건, 탈장 수술 677건, 식도·위·십이지장 수술 439건, 두경부 종괴 절제술 254건, 기타 외과 수술 962건 등 다양하다.

그는 "서울의료원에서 과장으로 10년 가량 일했지만 사립대학 펠로우를 몇 년하고 퇴직한 친구보다 퇴직금이 훨씬 더 적더라"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던 게 분명한데, 세상에 때로는 (이런 사람도)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인도네시아, 카메룬 등 의료 취약지 10여개 국에서 의료 봉사도 해왔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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