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넘어 ‘국정농단’ 특검으로 프레임 확대하는 야권…탄핵 여론 힘받을까
더불어민주당이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관한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의 국회 재의결을 앞두고 연일 ‘국정농단’ 프레임을 강조하고 있다. 특검법의 재의결 실패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국정농단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는 구상도 거론되고 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헌법의 근본정신이 위협받고 있다”며 “국정농단의 악령이 되살아나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국민은 헌법 정신을 위협하는 세력에 단호히 맞서 싸웠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촛불혁명’ 사례 등을 거론했다.
민주당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논란이 불거지자, 국정농단이라며 이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 왔다.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날마다 사건의 몸통이 대통령 부부라는 정황과 증거가 쏟아지고 있다”며 “영부인의 국정농단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마당에 특검을 해야 할 명분과 필요성이 차고 넘친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에선 채 상병 특검을 국정농단 특검으로 확대하려는 기류도 감지된다. 채 상병 특검법의 국회 재의결에 실패하면 윤 대통령 부부의 각종 의혹을 더해 수사하는 특검법으로 확대 발의해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조국혁신당도 비슷한 취지로 ‘윤석열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와 관련해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처음에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했을 때와는 상황이 많이 변했다”라며 “이것이 오히려 국정농단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기에 그런 부분까지 추가해 더 확대된 특검법을 발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고민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권에서는 민주당이 ‘탄핵’을 염두에 두고 채 상병 사건을 국정농단 프레임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일 사건의 문제가 아닌 국정 전반의 문제로 부각해야 여론 결집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성일종 사무총장은 최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를 두고 “과거 탄핵의 맛을 기억하는 자들의 준동”이라 비판했다.
실제 탄핵 여론을 향후 어느 정도로 결집할 수 있는지는 야권의 대여 투쟁에 주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운동이 시작된 2016년엔 탄핵에 찬성하는 여론이 80% 안팎이었지만, 지금은 탄핵 찬성 여론이 60% 수준으로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또 2016년엔 2300개 시민사회단체가 범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한 반면, 현재는 이같은 흐름까진 나가지 않았다.
황운하 혁신당 원내대표가 이날 주최한 탄핵 관련 긴급토론회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거론됐다. 발제를 맡은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국회에서도 탄핵이나 대통령 퇴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국회의 절차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수 밖에 없다”라며 “범야권이 대통령실에 대한 특검과 국정조사들을 신속히 관철시켜 탄핵을 위한 구체적인 근거들을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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