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배우, 이렇게 웃겼나
드라마 두 편이 요즘 시청자들의 ‘밥 친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JTBC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와 <놀아주는 여자>다. 비슷한 시기 방영을 시작한 두 작품은 온통 ‘마라맛’인 드라마들 사이에서 익숙한 배우의 새로운 얼굴과 코믹함을 무기로 각각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았다.
이정은·정은지 주연의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낮엔 50대, 밤엔 20대인 취업준비생의 이야기다.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던 미진(정은지)이 해가 뜨면 50대 임순(이정은)으로 변신하게 되자 ‘시니어 인턴’으로 취업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지난달 15일 3% 시청률로 출발한 드라마는 회차가 거듭할수록 주목을 받아 지난 8회(7일) 최고 시청률인 8.391% 기록했다.
<놀아주는 여자>는 ‘모태 솔로’ 전직 조직폭력배 서지환(엄태구)과 키즈 크리에이터 고은하(한선화)의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지난달 12일 첫 방송됐다. 시청률은 2~3%대지만 화제성이 높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플랫폼 라쿠텐 비키에서 100여 개 국가 시청자수 1위를 기록했고, 화제성 조사 업체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7월 둘째주 조사에서 TV-OTT 통합 화제성 1위에 올랐다.
두 드라마의 공통점은 익숙한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재미를 준다는 것이다. 배우 엄태구는 <놀아주는 여자>를 통해 처음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했다. 선굵은 얼굴과 허스키한 목소리가 특징인 그는 군인이나 경찰 등 강인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다. 그런 그가 연기한 서지환은 처음 찾아온 사랑에 어쩔 줄 몰라하는 전직 조폭이자 사업가다. 부하 직원을 근엄하게 꾸짖다가도 은하에게 ‘ㅅㅂ’이라는 문자를 잘못 보내 당황하는 모습 등은 ‘엄태구에게도 이런 얼굴이 있었냐’는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극도로 조용한 성격으로 알려진 엄태구 개인의 캐릭터와 겹쳐지면서 드라마 안팎으로 화제를 만들어냈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를 이끄는 이정은의 얼굴 역시 새롭기는 마찬가지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다양한 중년 여성의 얼굴을 보여준 이정은은 이번엔 20대 미진(정은지)이 낮 동안 변신해있는 50대 여성 임순으로 변신했다. 겉모습만 중년일뿐 몸과 마음은 청년인 독특한 설정을 이정은은 특유의 사랑스러움으로 돌파한다. 중년이 되어서야 성공한 취업에 순수하게 기뻐하고, 상사인 검사 계지웅(최진혁)에게 설렘을 느끼며 곱게 화장을 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청년이다. 톱스타이자 공익근무요원인 고원(백서후)과의 묘한 기류가 어색하지 않은 것도 결국 이정은의 힘이다. 50대의 몸에 20대의 체력과 정신을 가진 인물이 가지는 혼란스러움과 괴리는 웃음을 유발하는 한편 한국 사회 속 중년 여성이 겪는 차별을 은근슬쩍 꼬집는다.
요즘 보기 드문 ‘밥 친구’(밥 먹을 때 보기 좋은 가벼운 콘텐츠)라는 점도 두 드라마가 가진 강점이다. <놀아주는 여자>와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각각 로맨틱 코미디와 미스터리 스릴러의 성격을 조금 더 강하게 띠지만, 기본적으로 ‘순한 맛’을 고수한다. 장르적 클리셰를 착실히 이용하고, 전개 역시 예상 가능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불륜, 마약 등 자극적인 소재의 드라마가 넘쳐나는 가운데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무엇보다 이정은과 엄태구 두 주연 배우의 코믹 연기는 특히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는 핵심 축이다. 이정은이 비행 청소년들의 수수께기 같은 은어를 통역해주거나, 엄태구가 음료 캔으로 현란한 액션을 선보이는 장면은 온라인에서 각종 ‘짤’(이미지)을 생성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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