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前 연인 살해범, 항소심서 25년→30년 '형 늘었다'

인천 스토킹 살인 2심 선고일인 17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여성의당과 유가족이 교제폭력범죄 법정형 상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던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30년을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3부(부장판사 이예슬·정재오·최은정)는 17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설모씨(31)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또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전자장치 부착 10년을 명령하고 범행에 사용된 칼을 몰수했다.

검찰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A씨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사형을 선고하지 않았다. 보호관찰 명령청구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스토킹을 지속했고 접근금지 명령을 무시하고 피해자의 집 주변을 배회하며 범행 기회를 노리기도 했다"며 

"피고인은 자신이 고소된 데 앙심을 품고 흉기를 구매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살상력이 좋은 흉기를 또 구매하는 등 살인 의지를 확고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 당일 새벽에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비상계단으로 올라가 칼을 올려놓는 등 범행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를 주저 없이 여러 차례 찔렀고 '살려달라'는 피해자의 쇠를 듣고 현장에 나온 모친에게도 상해를 가했다"면서 "성실하게 삶을 살던 피해자는 허망하고 비참하게 삶을 잃었고, 현장을 직접 목격한 모친과 딸이 느꼈을 공포심은 헤아릴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질렀으며 잔혹한 범행 수법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선고는 지나치게 가벼워 부당하다"며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를 시도하지 않아 검찰의 주장처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과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헀다. 이에 검찰과 설씨 모두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17일 오전 5시50분께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 복도에서 출근길에 나선 전 연인 B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그는 범행을 제지하던 B씨의 모친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양손을 다치게 했다.

한편, 이날 2심 선고 이후 피해자 유족 측은 교제폭력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청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족 측 대표로 나온 B씨의 사촌언니는 "오늘 동생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됐다"면서 "지금도 뉴스에서 계속 누군가가 폭행당하고 사망한 소식을 전해 듣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피해자에게 만족스러운 형량이란 있을 수가 없다"며 "앞으로 이런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주시고 교제 폭력 관련 법안이 빨리 통과되도록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김샛별 기자 imfine@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