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IA 출신 수미 테리 기소 “한국 국정원으로부터 금품 수수”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대북 전문가인 한국계 미국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52)이 미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활동을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테리 연구원이 혐의를 부인하는 가운데 이번 기소가 한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 뉴욕 남부지검은 16일(현지시간) 외국대리인등록법 위반 등 혐의로 테리 연구원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테리 연구원은 CIA에서 퇴직하고 5년 뒤인 2013년 외교관으로 등록한 한국 국가정보원 요원과 접촉하기 시작했고, 2023년까지 국정원 측과 꾸준히 만남을 이어갔다. 검찰은 테리 연구원이 국정원 간부의 요청으로 전·현직 미 정부 관리와의 만남을 주선하거나, 미국 언론과 싱크탱크 보고서에 한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기고하는 등 한국 정부의 대리인으로서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테리 연구원은 2019년 국정원에서 파견된 워싱턴 한국대사관의 공사참사관으로부터 2845달러(약 390만원)의 돌체 가바나 코트와 2950달러(약 407만원) 보테가 베네타 가방 등 명품 선물을 받았다. 검찰은 그가 며칠 뒤 매장에서 해당 코트를 4100달러(566만원) 상당의 디올 코트로 바꿔 간 사실도 포착했다. 그는 2021년에는 국정원 측으로부터 3450달러(약 476만원) 상당의 루이뷔통 가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해당 국정원 간부의 신용카드 결제 명세와 매장 폐쇄회로(CC)TV 화면을 통해 파악했다.
검찰은 테리 연구원과 한국 국정원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증거로 2020년 8월 국정원 관계자 2명이 테리 연구원과 뉴욕의 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2022년 테리 연구원이 있던 한 싱크탱크에 한국 문제에 대한 공공 정책 프로그램을 후원한다는 명목의 자금 3만7000달러(약 5100만원)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테리 연구원은 같은 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참석한 대북 전문가 초청 비공개 간담회 내용을 국정원에 전달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테리 연구원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국정원 파견 공사참사관의 차량에 탑승했고, 공사참사관은 테리 연구원이 적은 메모를 사진으로 촬영해간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테리 연구원이 한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활동해오면서 법무부에 관련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며 외국대리인등록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외국대리인등록법은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이 외국 정부나 외국 기관의 이익을 위해 일할 경우 그 사실을 미 당국에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직자는 외국을 위해 일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지만, 비공직자는 해당 사실을 정부에 미리 신고하면 외국대리인으로 일할 수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열두 살에 미국으로 이주, 귀화한 테리 연구원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CIA에서 동아시아 분석가로 근무했다. 이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일본·오세아니아 담당 국장을 역임했고, 2011년 공직을 떠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윌슨센터 등 싱크탱크에서 대북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기소가 미국 내정에 외국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무부 조치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테리 연구원 측은 혐의를 부인했다. 테리 연구원의 변호인 리 울로스키는 입장문을 내고 “이들(검찰 측) 의혹은 근거가 없고, 독립성을 갖고 수년간 미국에 봉사해온 것으론 알려진 학자이자 뉴스 분석가의 업적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한반도와 관련한 그의 견해는 수년간 일관됐다. 한국 정부를 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국정원은 “해당 보도와 관련해 한미 정보당국은 긴밀히 소통 중에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외국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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