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전문가 한국계 수미 테리 '韓정부 대리혐의' 기소(종합)

美검찰 "명품백 등 받고 한국 정보기관 협조하며 간첩 활동"
정황 증거 사진 여러 장 첨부하기도…수미테리 측 혐의 부인
韓 국정원 "한미 정보당국 긴밀 소통"…외교부 "언급 부적절"

[서귀포=뉴시스] 우장호 기자 = 수미 테리(52)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5월 29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07.17.

[서울=뉴시스] 변해정 구자룡 기자 =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영향력 있는 대북 전문가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간첩 혐의로 기소됐다고 뉴욕 연방검찰이 16일 발표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수미 테리는 고급 만찬과 명품 핸드백 등을 받은 대가로 한국 정부 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활동해오면서 미 법무부에 관련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수미 테리는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 하와이와 버지니아에서 자란 귀화한 미국 시민권자다. 보스턴 터프츠대에서 국제 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소장에 따르면 수미 테리는 2001년부터 CIA에 근무하다 2008년 퇴직했으며, 5년 후인 2013년 6월부터 한국 정부의 대리인(외국 요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뉴욕에 있는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의 관리로 가장한 인물로부터 처음 연락을 받았다. 이후 10년 동안 그는 노력에 대한 보답으로 루이비통 핸드백과 3000달러짜리 돌체앤가바나 코트,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저녁 식사, 최소 3만7000달러 등의 은밀한 대가를 지불 받았고 미 검찰은 증거 사진을 여러 장 첨부하기도 했다.

수미 테리는 해당 기간 한국을 대표하는 업무의 일환으로 여러 차례 언론에 출연하고 2014년 NYT 오피니언 기고 등 한미 언론에 한국의 정책 우선순위를 반영하는 글을 썼다.

그는 또 세 차례에 걸쳐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에 대해 증언했는데, 이 증언에 앞서 그는 등록된 외국 정부의 대리인이 아니라는 데 서명했다. 이는 그가 외국대리인등록법 위반 가능성을 인지하고서 위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라고 검찰은 판단했다.

미국의 외국대리인등록법은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이 외국 정부나 외국 기관의 이익을 위해 일할 경우 스스로 그 사실을 미 당국에 신고하도록 규정돼 있다. 공직자는 외국을 위해 일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며, 일반 시민은 직업의 자유 차원에서 외국 정부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데 제한이 없으나 해당 사실을 미리 신고해야 한다.

NYT는 링크드인 프로필에 따른 이력도 소개했다.

이 정보에 따르면 수미 테리는 2001년 CIA의 동아시아 분석가가 되면서 미국 정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한국·일본 해양담당국장이 됐다.

이후 동아시아 국가정보국 부국장을 역임한 뒤 2010년 공직을 떠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 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 등 다양한 기관에서 일하며 대북 전문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는 탈북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비욘드 유토피아'에 공동 제작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6월 중앙수사국(FBI)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국가정보원 요원들과의 접촉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2008년 CIA에서 해고되지 않고 사임했다고 인정했다.

수미 테리 측은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수미 테리의 외국대리인등록법 기소 보도와 관련해 "한미 정보당국은 긴밀히 소통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반면 외교부는 "외국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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