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 유행하는건 무조건 살거야" … '디토' 소비 확산
유명인의 소비 취향 따라서
제품·서비스 구매하는 행위
두바이 초콜릿·불닭볶음면등
인플루언서들 입김에 불티
10·20대 집중하는 시간 짧아
디토 소비 트렌드 계속될 듯
'두바이 초콜릿'을 오픈런해서 사먹고 식사 후에는 '요아정'(요거트 아이스크림 디저트)으로 입가심을 해야 미션을 완성한 느낌이 난다. 단종된 미국 캠핑용품 업체 스탠리의 텀블러 '퀜처'가 틱톡에서 유행해 재판매하자마자 품절 사태가 일어나고, 해외에서 불닭볶음면에 미쳐 있는 것도 모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인플루언서들 입김 덕분이다.
또한 10·20대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는 뉴진스 하니가 어깨에 구찌 가방이나 '원영적 사고'의 주인공 아이브 장원영이 들고 다니는 미우미우 가방 정도는 하나 있어야 친구들 앞에서 어깨를 으쓱할 수 있다. 캠핑, 자전거, 프라모델 등 좀 더 비싼 취미에서도 '찐덕후'들의 말 한마디에 지갑을 열어젖힌다.
최근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전 세대에서 이른바 '디토' 소비가 유행하고 있다. '디토(Ditto)'란 '나도 마찬가지'라는 뜻의 라틴어로, 유명인의 소비 취향을 따라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오픈런과 품절사태를 밥 먹듯이 발생시키고 있는 '두바이 초콜릿'은 디토 소비의 대표 사례다. 아랍에미리트의 유명 인플루언서인 마리아 베하라가 SNS에 초콜릿을 먹는 영상을 올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마리아 베하라가 먹은 두바이 초콜릿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디저트 업체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Fix Dessert Chocolatier)'가 만든 제품인데, 초콜릿을 반으로 쪼개면 중동 지역에서 즐겨 먹는 얇은 국수 '카다이프'가 나온다.
국내에서는 구독자 400만명이 넘는 유튜버 허팝이 두바이 초콜릿을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워지자 두바이에 직접 날아가서 현지에서 먹는 영상을 한 달 전에 올려 조회 수 100만회를 돌파했다.
그러나 디토 소비가 꼭 유명인을 따라 하는 모방 소비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방대한 정보량 속에서 시간을 절약하고 합리적으로 선택하기 위해 자신의 가치관과 취향에 부합하는 인물과 플랫폼을 좇는 경제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트렌드코리아 2024'는 2024년을 이끌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디토 소비를 선정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깐깐하게 정보를 탐색하는 대신 특정 사람과 콘텐츠, 커머스가 제안하는 선택을 추종하는 소비가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디토 소비가 갑자기 지금 나타난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1999년 드라마 '토마토'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당대 최고의 미인으로 손꼽힌 배우 김희선이 선보인 두꺼운 나멜 머리띠, X자로 앞머리를 고정한 실핀 등은 완판 아이템이 됐다. 2000년대 초반 섹시 아이콘으로 시대를 풍미한 가수 이효리도 무엇이든 몸에 걸치고만 나오면 완판시키는 '완판녀'로 이름이 높았다.
다만 과거에는 소수 유명인이 유행을 이끌었던 것과 달리 지금의 디토 소비는 세세하게 구분된 개인 취향에 맞춰 다양한 인플루언서들이 유행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연결된 SNS를 기반으로 동조 소비의 속도와 전파력이 과거와 비교해 더 빠르고 광범위해졌다.
특히 콘텐츠 커머스를 이끄는 잘파세대가 집중하는 시간이 짧아 단편적인 소비를 선호하고 취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디토 소비 트렌드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잘파가 온다'의 저자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에 따르면 M세대(밀레니얼 세대)의 주의 집중력은 20초, Z세대의 주의 집중력은 8초, 알파세대는 3초이다. 디지털로 무장한 잘파세대는 관계에서도 상황에 따라 가벼운 맞춤형 관계, 즉 시추에이션십(Situationship)을 선호한다.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지만, 관계를 맺음으로써 갖는 부담은 피하려는 현상이다.
유행에 민감한 10·20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탕후루가 순식간에 몰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설탕 과다 섭취로 인한 건강 문제와 영업장 위생, 꼬치 처리 등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고 탕후루 유행에 대한 흥미가 식자 주 고객층이었던 10·20대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행동적 충성도를 핵심 성과 지표(KPI)로 보기보다는 짧은 주기로 고객들과 실시간으로 자주 접촉하며 관련성을 높이는 '오픈 마인드' 전략을 시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황 교수는 "고객 충성도를 조금은 다르게 바라볼 때가 왔다. 이제는 부담 없이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시키고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며 "잘파세대에게는 기업이 '너는 우리에게 너무 중요한 소비자야'라고 무게감을 주는 것보다 오히려 '네가 필요할 때 내가 그걸 가지고 있어' 식의 가벼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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