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 걸었다” 공세 모드에도…녹록지 않은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 이후 사흘 만에 복귀한 첫 공개 유세에서 이번 대선에 모든 것을 걸었다며 완주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수세에 처한 상황을 반전하려 배수진을 치는 모습이나 민주당에선 ‘바이든 후보 사퇴론’을 둘러싼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해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행사에서 연설하며 “나는 전부를 걸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진실을 말하는 법을, 옳고 그름을 알고 있다. 이 일(대통령직)을 하는 법을 알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유세에 복귀한 건 지난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 후 사흘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피격 사건의 배경으로 지목된 정치 과열을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우리 정치는 지나치게 과열됐다”면서도 “열기를 식혀야 한다는 것이 진실을 말하는 것까지 멈춰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한 번도 누구에게 지옥을 선사한 적이 없다. 다만 지옥이라 생각되는 것에 대해 진실을 말할 뿐”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트럼프 재임 기간은 흑인 미국인에겐 지옥이었다”며 “트럼프는 재임 시절 흑인을 위한 ‘오바마 케어’를 중단하고 부자 감세를 추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흑인 가정의 주머니를 채운 건 트럼프가 아닌 우리 행정부”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재임 기간 업적을 강조하며 핵심 지지층인 흑인과 라틴계 등의 표심을 결집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대선 완주 의지를 분명히 밝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NAACP에 이어 17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미국 최대 라틴계 커뮤니티인 우니도스US 콘퍼런스에서도 유세에 나선다.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 후 중단했던 TV 정치 광고도 이번 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다음달 전당대회를 여는 민주당은 대선 후보 지명 시기를 앞당겨 이달 내 바이든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지도부는 오는 19일 관련 회의를 개최하고 22일부터 일주일간 후보 지명을 위한 화상 투표를 진행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 자리에서 자진 사퇴할 확률이 더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도부가 강수를 두는 반면 민주당 내에선 ‘후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DNC에 보낼 후보 지명 반대 서한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입수한 서한 초안에는 “불필요하고 전례 없는 화상 투표로 토론을 방해하고 민주당 후보의 변경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는 것은 끔찍한 생각”이라며 “최악의 시기에 민주당의 사기와 단결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한 초안에는 민주당원 20명 이상이 서명했다고 미 매체들은 전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한 지표다. 피격 사건 전 NBC 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과 민주당 성향 유권자의 33%만 대선 후보(바이든)에 만족하는 반면, 공화당원과 공화당 성향 유권자의 71%는 대선 후보(트럼프)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타임스와 세이24가 지난 4~12일 경합주별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애리조나,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한 7개 경합주에서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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