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스위트홈 3’ 이응복 감독이 “후회막심”이라고 한 까닭[스경X현장]

하경헌 기자 2024. 7. 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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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 3’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스위트홈’은 대한민국 시리즈물의 역사에서 많은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우선 시리즈물의 중심이 TV에서 OTT 플랫폼의 옮겨가던 시절인 2020년 공개된 작품이었다. 공개 시점으로만 따지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 게임’보다 앞이다.

게다가 각종 끔찍한 괴물들이 등장하는 ‘크리처물’이었고, 역시 이들에게 인간이 무 썰리듯 죽임을 당하고 마는 ‘고어물’의 성질도 있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상황이 바늘 위에 선 것 같이 위태로운 ‘스릴러물’이었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가 한 작품에 구현된 경우는 없었다.

플랫폼의 경계 그리고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에서 시도한 적이 없는 장르의 경계 그리고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태양의 후예’ 등 히트작을 만든 이응복 감독의 참여와 회당 30억원이 넘는다는 제작비 그리고 한국 시리즈물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TOP 10에 들어가는 등 한국 드라마의 전환기에 서 있었다.

배우 김무열(왼쪽부터), 오정세, 유오성, 진영, 고민시, 이시영, 김시아, 이진욱이 17일 오전 서울 JW 메리어트 호텔 동대문 서울 스퀘어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 3’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이 시리즈물이 2019년 촬영을 시작한 지는 5년 만에, 첫 시즌을 시작한 2020년 12월 이후로는 3년 7개월 만에 막을 내린다. ‘스위트홈’은 오는 19일 공개되는 8부작 시즌 3를 마지막으로 긴 서사시를 마친다.

마지막 시즌을 앞둔 배우들의 소감은 벅차올랐지만, 이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반반 섞인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2, 3를 함께 촬영한 제작진과 출연자들은 17일 오전 서울 동대문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스퀘어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5년 여정의 마침표를 알렸다.

시즌 1 그린홈을 배경으로 각종 괴물들의 등장을 알리고 이곳을 벗어나기 위한 인간들의 사투를 다뤘던 데 이어, 시즌 2는 조금 더 세계관을 넓혀 생존자들이 모이는 ‘스타디움’이라는 공간, 괴물들을 제조해내는 권력의 야욕 그리고 그 사이에서 민간인들을 지키려는 이들의 사투를 그렸다.

이응복 감독이 17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시즌 3는 시즌 1의 관계성이 유지되며 괴물과 인간의 중간에 있는 ‘신인류’ 캐릭터를 포함시켜 이야기의 폭을 더욱 키웠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의 폭이나 스펙터클과는 별개로 이야기의 응집력이나 개연성, 컴퓨터그래픽(CG) 기술력 등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것이 사실이다. 실제 웹툰 원작과 연결돼 있던 시즌 1을 지나 세계관이 커진 시즌 2부터 개연성 문제가 생겼기에 이응복 감독은 이러한 비판의 시선을 오롯이 견뎌야 했다.

그는 이날 지난 2편의 혹평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가혹하시군요”라는 말로 예민한 감정을 표현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 연말 ‘스위트홈 2’ 공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여러 논란이 되는 설정에 대해 해명하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배우 고민시가 17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 넷플스



이 감독은 “나에게 ‘스위트홈’이란?”에 대한 MC 박경림의 질문에 “후회막심”이라고 초반 표현했다가 “진짜로 ‘스위트홈’이 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묻는 질문에 “원래 이 직업을 한 자체가 후회된다는 의미”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게 만든 것은 함께 하는 동료와 스태프 그리고 팬분들의 사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1편의 세계적인 반향과 인기에 대해 다시 상기하면서 “이번 시리즈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일을 생각했다. 2편도 물론 최선을 다했지만, 3편에서 더욱 최선을 다해 마무리했다”고 강조했다.

TV 플랫폼을 통해 연이은 성공을 거두며 올라간 입지에서 ‘스위트홈 2’의 혹평이 분명히 이 감독의 자존심에는 상처가 된 것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작품의 의의는 이 감독 개인의 도전 이상의 것이 담겨 있다. 현재 한국 드라마가 해볼 수 있는 가장 첨단의 도전인 셈이기 때문이다.

이응복 감독이 17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많은 작품이 초기 OTT의 붐을 타고 넷플릭스를 통해 인기를 끌었다. 실제 ‘스위트홈’이 공개된 이후인 2021년에는 ‘D.P.’나 ‘지옥’ ‘오징어 게임’ 등 히트작이 줄줄이 나왔다. 하지만 제작환경의 악화와 그에 따른 창작의욕의 저하로 지금 OTT 플랫폼의 신선함은 예전보다 떨어진 상태다.

이 상황에서 ‘스위트홈 3’는 OTT 붐을 열었던 작품의 마무리인 데다, 현재 한국 드라마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보여줄 시금석이 될 것이기에 중요하다. 이 작품의 성공은 크리처물, 고어물, 스릴러, 판타지의 지형을 넓힐 것이고 실패는 그만큼의 좌절감이나 허탈함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 단면을 보여줄 넷플릭스 ‘스위트홈 3’는 오는 19일 8부작으로 공개된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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