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ASML 인근 대학서 벌어진 미·중 반도체 전쟁

최현준 기자 2024. 7. 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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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반도체 전쟁의 여파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에이에스엠엘(ASML)의 인근 대학에까지 미치고 있다.

17일 블룸버그 통신 보도를 보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에인트호번 공대의 로버르트-얀 스미츠 총장은 최근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항상 미국인들로부터 중국 유학생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며 "지난해 네덜란드 주재 미국 대사가 중국 유학생이 많은 것에 대해 물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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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에이에스엠엘(ASML)의 로고를 담은 이미지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미·중 반도체 전쟁의 여파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에이에스엠엘(ASML)의 인근 대학에까지 미치고 있다.

17일 블룸버그 통신 보도를 보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에인트호번 공대의 로버르트-얀 스미츠 총장은 최근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항상 미국인들로부터 중국 유학생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며 “지난해 네덜란드 주재 미국 대사가 중국 유학생이 많은 것에 대해 물었다”고 말했다.

이 대학에서 불과 8㎞ 떨어진 곳에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회사 에이에스엠엘의 본사가 있다. 에이에스엠엘은 최첨단 반도체 제작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독점 생산한다. 반도체에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의 회로를 그릴 수 있게 하는 장비로, 이 장비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첨단 반도체 제작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 때문에 미국은 중국이 에이에스엠엘로부터 이 장비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2019년부터 강하게 막고 있다. 장비 제작에 쓰이는 기술과 부품의 상당 부분이 미국산이어서 이 회사 역시 미국의 요구를 따르고 있다. 올해 1월부터는 극자외선 노광장비보다 사양이 낮은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수출도 제한하고 있다.

에이에스엠엘은 인력 확보를 위해 네덜란드 상위권 대학인 에인트호번 공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박사과정 학생 교육과 건물 개보수를 위해 8천만유로(약 1204억원) 기부를 약속하기도 했다. 또 이 학교 실험실에 에이에스엠엘 연구용 노광장비도 갖춰져 있다.

스미츠 총장은 “우리는 중국 학생들을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받는데, 정작 중국 학생에게 미국 대학 입학을 위해 온갖 비자를 주는 것은 미국 정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중국 유학생 대상 미국 비자 발급 건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와 국방 등 민감한 기술을 다루는 대학 과정에 중국 유학생 입학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었지만 아직 투표에 부치진 않고 있다.

미국도 중국 학생들의 미국 유학을 견제하고 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달 열린 미국 외교싱크탱크 행사에서 “과학·기술·공학·수학을 공부하는 미국인이 충분하지 않다”며 “미국이 해당 분야에서 더 많은 유학생을 받아야 하지만, 중국이 아니라 미국의 안보 파트너로 점점 중요해지는 인도에서 유학생을 모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학생들이 입자물리학이 아닌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오는 것을 보고 싶다”고도 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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