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덥고 더 위험한 기후재난 피해자들···“정부가 대책 마련해야”
오송 참사 유가족, 건설노동자, 라이더, 가스점검원, 에어컨 서비스 노동자, 재활용 자원 선별 노동자. 언뜻 보면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은 모두 기후재난의 당사자들이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폭우로 가족을 잃고, 더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게 된 이들은 “정부가 나서서 기후위기의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17일 오전 11시 제헌절을 맞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변화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지난해 오송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노동자들, 빈곤사회연대, 기후헌법소원 청구인 등이 참석했다.
건설노동자들은 기후위기로 인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중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비가 오는 날 건설노동자는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며 일을 하지 못한다”면서 “2020년엔 40일 넘게 장마가 이어져 생계의 위험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비가 그쳐 출근한 날에도 불볕과 달아오르는 쇳덩이들이 뿜어내는 열기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고 박 국장은 전했다.
오송 참사 유가족 장성수씨는 “그날 내가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그날 내가 전화라도 했었더라면, 그 전날 출근하지 말라고 말이라도 했더라면 하는 후회속에서 지난 1년을 살아왔다”면서 “공무원들과 책임자들은 이렇게 후회를 하고 있느냐”고 입을 열었다.
장씨는 이어 “국가는 헌법 제34조 6항에 따라 재해를 예방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면서 “오송 참사는 이러한 국가의 책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음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공무원의 부실한 감독과 법 위반 그리고 업무상 불이행으로 인한 결과”라고 했다.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배달 노동자, 골목을 누비는 가스 점검원, 썩은 쓰레기를 분류하는 재활용 자원선별장 노동자, 택배를 나르는 택배 노동자들은 모두 “더위가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국가가 반복되는 기후재난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책임 있는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주권자의 목소리를 듣고, 헌법이 부여하는 의무를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기후재난 시대의 제헌절을 맞아 정부가 해야 할 책무이고, 국가의 존재 이유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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