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임무중심硏 신설… PM에 전권 부여"

오상록 원장, 간담회서 비전 제시
"반도체·수소·AI로봇 R&D 집중
국민이 체감하는 연구성과 창출"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은 17일 서울 본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임무중심연구소를 통해 국가·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연구기관이 되겠다고 밝혔다. KIST 제공

오상록 KIST 원장이 17일 글로벌 일류의 품격 '월드 클래스 KIST' 비전을 제시했다. K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반도체, 수소, 인공지능(AI)·로봇 분야 연구개발을 위한 임무중심연구소를 신설하고, 연구소장을 프로그램 매니저(PM)로 지정해 전권을 부여키로 했다. 국가적·사회적 문제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국민이 체감하는 연구성과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오상록 KIST 원장은 17일 서울 성북구 본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임무중심연구소를 골자로 하는 '월드클래스 KIST' 비전을 공개했다.

오 원장은 출연연 임무중심 R&D 모델 제시를 목표로 지난 1일 차세대반도체, AI·로봇, 청정수소 융합분야를 연구하는 3곳의 임무중심연구소를 새로 출범시켰다. 임무중심연구소는 소장인 PM을 중심으로 운영에 관한 전권을 갖고, KIST만이 할 수 있는 국가·사회적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풀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임무를 도출한다.

오 원장은 "PM은 축구로 치면 감독 역할이다. 지금까지 연구원들이 알아서 연구를 잘 해왔지만, 감독을 맡아줄 사람이 없다 보니 난관에 부딪혔을 때는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며 "국가적 임무 달성을 위해 연구소의 전략을 책임질 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PM이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3곳의 임무중심연구소는 적게는 25명에서 많게는 50명까지 인력을 배치하고, 외부에 필요한 인력이 있다고 판단하면 다른 출연연에서 초빙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게 오 원장의 설명이다.

반도체 임무중심연구소는 연산 능력은 1000배 높이고, 전력 소비는 100분의 1로 줄인 새로운 방식의 초거대 연산반도체(RPU)를 개발하고, 광 기반 양자프로세서(QPU), 분산형 양자컴퓨팅을 개발해 대규모 양자컴퓨터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된다. 청정수소 임무중심연구소는 2030년 수소 자급률 34% 달성에 기여하기 위한 수소 생산과 공급망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AI·로봇 임무중심연구소는 치매 환자 실종 예방 및 폭발물 처리 휴머노이드 등을 개발해 사회 안전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임무중심연구소의 예산은 내부 과제와 외부 수탁과제를 포함해 60억∼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 원장은 "3개 연구소가 설정한 임무와 관련한 출연금 사업을 내년 예산으로 신청했다"며 "기존 출연금을 파악해 임무 관련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내년에 새로 확보되는 신규 출연금 사업을 투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IST는 뇌과학과 기후·환경 전문연구소 등 기존 연구소들을 임무중심연구소로 전환해 내년에 추가 출범시킬 예정이다.

오 원장은 기술사업화 제도와 창업지원 방식도 개선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를 위해 연구자가 손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창업지원제도를 신설하고, 기존에 분산돼 있는 창업·기술사업화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KIST 이노베이션' 조직을 만들어 운영한다. 이와 함께 유럽과 미국 보스턴, 인도, 베트남 등 해외 거점들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와 샌디아국립연구소 등과 국제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오 원장은 밝혔다.

오 원장은 "3개 임무중심연구소는 비록 작은 출발에 불과하지만, 임무가 달성되는 몇 년 후에는 KIST의 연구결과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손에 잡히는 성과로 나타날 것"이라며 "우수한 논문 게재나 특허 출원에 안주하지 않고 연구 결과가 파급력 높은 성과로 확장돼 국가·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는 글로벌 일류의 품격을 갖춘 연구기관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