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정보, AI학습에 사용가능
목적 정당성 등 요건 충족해야
인터넷 상에 공개된 개인정보를 인공지능(AI) 학습에 합법적으로 쓸 수 있도록 안내하는 정부 차원 기준이 나왔다. AI모델 학습의 목적·용도가 정당할 경우 기본적으로 허용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AI 개발에 필수적인 공개데이터가 현행 개인정보 규율체계 내에서 적법하고 안전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는 'AI 개발·서비스를 위한 공개된 개인정보 처리 안내서'를 17일 공개했다.
공개데이터는 웹사이트나 커먼크롤 등으로 누구나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AI기업들은 웹스크래핑 등으로 이를 수집해 AI학습에 쓰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주소나 이메일 또는 금융정보 등 여러 개인정보가 포함될 수 있어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있다. AI 학습은 전통적 처리방식과 달라 동의·계약이나 안전성 확보 조치 등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이에 AI기업들은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개인정보위에 관련 요청을 해 왔다. 이날 브리핑에서 양청삼 개인정보위 개인정보정책국장은 "데이터에 개인정보가 조금이라도 들어있으면 AI기업들이 이를 학습에 쓰기 망설이곤 했다"며 "이번 안내서는 기본적으로 정보주체 권리를 보장하면서 공개된 데이터를 합법적으로 쓸 수 있도록 안전한 통로를 열어주는 데 의의가 있다"가 설명했다.
이번 안내서에서 개인정보위는 보호법 제15조에 따른 '정당한 이익' 조항에 의해 공개된 개인정보를 AI 학습·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AI 개발·학습에 이 조항이 적용되려면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영업상·사회적 이익이 존재하는 '목적의 정당성' △공개된 개인정보에 대한 '처리 필요성' △해당 정당한 이익이 정보주체 권리에 우선한다는 '구체적 이익형량'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미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AI학습데이터 관련 규율 체계를 형성해 나가는 가운데 영국·프랑스 등 유럽연합(EU) 주요 국도 '정당한 이익'을 처리근거로 삼는다는 점에서 상호운용성 또한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태현수 개인정보위 AI프라이버시팀장은 "AI기업의 자율적인 준수와 이행을 돕기 위해 안내서에는 이런 기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적용사례도 담았다"며 "관련 판단에 도움이 필요할 경우 기존에 마련된 사전적정성 검토제를 통해 개인정보위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안내서는 AI기업이 '정당한 이익' 근거로 공개된 개인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고려할 수 있는 기술적·관리적 안전성 확보조치와 정보주체 권리보장 방안을 구체적으로 안내했다. 다만 급변하는 AI기술 흐름을 고려해 세부적 안전조치 등을 유연하게 도입·시행, 모든 안전조치의 의무적 시행이 아니라 기업 특성에 맞는 최적 조합을 스스로 택해 이행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학습데이터 처리 관련해 AI기업과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다.
개인정보위는 이번 안내서가 규제 목적이 아님을 재차 확인했다. 위반 시 곧바로 제재를 받거나 하지 않는다. 다만 충분히 예상할 수 있거나 실존하는 리스크에 대해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중대한 권리침해가 발생하는 경우, 정당한 이익을 법적근거로 주장하는 타당성이 인정되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정보위는 'AI프라이버시 민·관 정책협의회'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학계·산업계·시민단체 의견수렴을 병행해 이번 안내서를 마련했다. 앞으로도 개인정보 관련 법령 제·개정, AI 기술 발전 추이, 해외 규제정비 동향 등을 고려하며 기준 구체화를 포함해 내용을 지속 업데이트 예정이다.
민·관 정책협의회의 공동의장인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이번 안내서 공개는 AI 기술 발전과 개인 데이터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자 첫걸음"이라며 "AI 기술 개발에 있어 법적 불확실성이 낮아져 안전하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됐고, 이는 곧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처리 환경에서 AI 기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AI 기술 진보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AI 개발의 핵심 관건인 공개 데이터 학습이 보호법에 비춰 적법하고 안전한지 여부는 공백인 상황이었다"면서 "이번 안내서를 통해 국민이 신뢰하는 AI·데이터 처리 관행을 기업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이렇게 축적된 모범사례가 안내서에 지속적으로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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