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FA 황희찬 인종차별 조사 거부…"우리 소관 아니야"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울버햄턴 원더러스가 최근 황희찬이 당한 인종차별을 UEFA 측에서 조사해달라는 항의서를 보낸 가운데 UEFA는 '소관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17일(한국시간) 디애슬래틱에 따르면 UEFA는 "(사건이 벌어졌던) 울버햄턴과 코모의 친선 경기는 UEFA 소관이 아니다"고 발을 뺐다.
먼저 UEFA는 성명서를 내고 "축구에서 인종차별과 불관용을 없애기 위한 싸움은 우리 조직의 최우선 과제"라면서 "UEFA 대회에서 차별적인 행동은 용납되지 않는다. 이러한 행위는 UEFA 징계 규정 14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UEFA는 축구에서 모든 형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싸움을 계속할 것이지만, UEFA의 징계 기구는 UEFA 대회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만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전지훈련 중인 울버햄턴은 세리에A 승격 팀인 코모 1907과 16일 친선 경기를 치렀다.
황희찬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로 투입됐는데 문제는 1-0으로 앞선 후반 23분 일어났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코모 1907 한 선수가 황희찬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고, 이에 황희찬이 항의하자 양 팀 선수들이 황희찬을 중심으로 뒤엉켰다. 이 과정에서 포덴세가 코모 1907 수비수를 향해 주먹을 휘두른 뒤 퇴장당했다. 익스프레스 앤드 스타는 "이 사건은 황희찬이 코모 선수를 인종차별적 학대로 고발한 뒤 울버햄튼 동료들이 격분하면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게리 오닐 감독은 "황희찬과 대화를 나눴고, 경기를 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희찬은 교체되지 않고 경기를 끝내기로 했다.
이어 "차니(황희찬)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은 뒤 매우 낙심했다"며 "차니와 그 문제에 대해 얘기했고 경기장을 떠나고 싶은지 확인했지만, 그는 팀이 계속 나아가고 필요한 일을 해내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그런 일(인종차별)이 일어났다는 것과 우리가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말 실망스럽다. 이러한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물론 황희찬은 정말 실망했고 당연히 이해한다"며 "어려운 순간에 팀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것이 자랑스럽다. 그는 프리시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엄청난 모욕적인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뛰고 출전 시간을 얻기를 원했다. 황희찬은 괜찮을 것이다. 우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것이다. 그가 괜찮은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감쌌다.
계속해서 "우리 팀은 함께 모인 그룹"이라며 "우리는 이번 주에 정말 열심히 훈련했고 좋은 한 주를 보냈으며 경기에서 멋진 순간들을 보냈지만, 이는 우리가 처리해야 하는 불행한 사건이다. 경기에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희찬을 향한 인종차별이 잉글랜드를 비롯한 세계 언론에서 논란이 되자 코모가 성명서를 냈다. 그런데 사과가 아닌 '인종차별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이었다.
코모는 "우리 구단은 인종차별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울버햄튼과 경기에서 코모 선수들은 황희찬이 동료들에게 '차니'라고 불리는 걸 보고 '재키찬(성룡)이라고 생각하나 봐. 무시해'라고 말했다. 이건 황희찬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모 선수에게 주먹질을 한 다니엘 포덴세를 향해 "울버햄튼 선수들이 과민한 반응을 보였다. 이 부분에 실망감이 아주 크다"라고 물리적인 충돌의 잘못을 울버햄턴 쪽으로 떠넘기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한편 UEFA와 달리 영국 반차별 자선단체인 킥 잇 아웃(Kick it Out)은 이번 사태에 보다 큰 목소리를 냈다.
"의도와 상관없이, 월요일 울브스가 코모를 상대로 치른 프리시즌 친선 경기에서 황희찬에 대한 인종 고정관념 주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불쾌감을 주며 축구 경기장이나 사회 어디에서도 설 자리가 없다. 지난 5년 동안 프로 선수 대상 신고 건수의 1/3 이상(34%)이 동아시아 선수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악용이 더 넓은 커뮤니티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울버햄턴을 칭찬하며 황희찬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고 응원했다.
황희찬은 17일 자신의 공식 채널을 통해 "인종차별은 스포츠와 삶 모든 측면에서 용납할 수 없다. 참을 수 없다. (코모전) 그 일이 있었을 때, 우리 팀 코칭 스태프와 팀 동료들은 필요하면 경기장을 떠나도 좋다고 나에게 말했고 계속 내 컨디션을 확인했다"라고 알렸다.
이어 "다시 한번 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난 계속 경기를 뛰고 싶었고 경기장에서 해야 할 일을 했다. 응원을 보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 어떠한 인종차별도 용납할 수 없다(There is no room for Racism)"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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