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퀴어문화축제는 자유와 해방이었어요… 당당하게 날 드러낼 거예요”

강은선 2024. 7. 17. 15:4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나를 드러내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었어요. 대전퀴어문화축제는 나에게 '자유'였습니다."

성소수자인 윤희씨는 17일 세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내가 나임을 드러내는 건 당연한건데, 그게 쉽지 않았다"며 "퀴퍼에 참석한 시민들이 '너(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우리가 여기 있다. 너는 잘못된 게 아니다'는 메시지를 줬다. 당연한 것인데도 그 말을 들으니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전에 처음 뜬 무지개를 말하다

“나를 드러내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었어요. 대전퀴어문화축제는 나에게 ‘자유’였습니다.”

시민 정윤희씨는 지난 6일 대전에서 처음으로 열린 퀴어문화축제(퀴퍼)에서 해방감을 느꼈다고 했다. 성소수자인 윤희씨는 17일 세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내가 나임을 드러내는 건 당연한건데, 그게 쉽지 않았다”며 “퀴퍼에 참석한 시민들이 ‘너(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우리가 여기 있다. 너는 잘못된 게 아니다’는 메시지를 줬다. 당연한 것인데도 그 말을 들으니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했다. 

지난 6일 대전 동구 소제동 일원에서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대전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제공
그는 “소제동에서 선화동까지 3㎞정도를 걷는 가두행진을 할 때 곳곳에서 지지와 연대를 보내며 퀴퍼를 환영해줬다”며 “대흥동의 대형교회에는 무지개 깃발이 꽂혀있었고, 대흥동성당 신부님은 직접 거리에 나와 손을 흔들며 인사해주셨다. 성심당을 지날 땐 안에 있는 손님들이 웃으며 손인사를 했다. 지지받으며 나를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었던 행사였다”고 덧붙였다. 

퀴퍼에 참석했던 김윤경씨는 “대전에서 최초로 열렸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며 “축제 참석자들이 거리를 걸을 때 축제를 낯설어한 시민들의 벙찐 표정을 봤는데 그 순간 왠지 모를 희열감이 있었다. 그런 에피소드가 재미 요소이면서 축제가 계속 열릴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6일 대전 동구 소제동 일원에서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대전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제공
지난 6일 대전 동구 소제동 일원에서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대전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제공
윤경씨는 “대전퀴퍼 모든 행사가 좋았지만 개신교 목사님과 신부님들이 현장 참여자를 위해 기도하는 ‘무지개축복식’이 특히 좋았다”며 “대전퀴퍼 개최 의미를 함축한 모습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날 동구 소제동에 뜬 무지개는 물리적 공간에 국한되지 않았다. 대전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온 성소수자 당사자와 단체는 물론 축제 자체를 즐기기 위해 온 시민들이 함께 하면서 ‘그들 만의 축제’가 아닌 ‘전국적 시민 축제’가 됐다. 주최측 추산으로는 전국에서 1000여명이, 경찰 추산은 700여명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6일 대전 동구 소제동 일원에서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대전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제공
지난 6일 대전 동구 소제동 일원에서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대전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제공
시민 원초원씨는 “난 당사자로 대전퀴퍼에 참석했지만 이성애자 친구들도 축제에서 많이 만났다”며 “어떻게 왔냐고 물으니 지역축제니까 왔다고 친구들이 말하더라. 그 말이 가슴을 울렸다. ‘아 이 축제는 지역에서 열리는 하나의 축제로, 사람들이 즐기러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초원씨는 “가두행진을 할 때 성소수자 혐오세력이 확성기를 틀면서 방해하기도 했지만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였다”면서 “내년에도 올해만큼 많은 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축제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지난 6일 대전 동구 소제동 일원에서 열린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가두행진하고 있다. 대전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제공
앞서 대전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지난 6일 대전 동구 대전역 뒤편 일원에서 ‘사랑이쥬(사랑 is you), 우리 여기 있어’라는 슬로건으로 제1회 퀴어문화축제를 열었다. 오전 11시 소제동 전통나래관 앞 동광장로에서 열린 축제는 인권·문화 다양성 홍보를 위한 27개의 부스가 설치돼 방문객을 맞이했다. 축제 참석자들은 무지개색의 머리끈과 부채, 장식품 등 굿즈(기획상품)를 나누며 축제를 즐겼다. 전국 개신교 목사와 천주교 신부 11명은 축복식을 열고 현장 참여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오후 4시30분부터는 시민 1000여명이 동구 소제동과 옛 충남도청사, 중앙로 일대 도로 2.7㎞를 걸으며 무지개 깃발을 들고 1시간여동안 거리 행진을 했다. 이날 시민 안전을 위해 행사장에는 1300여명의 경찰 인력이 배치됐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