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 먹는 '자율선택급식'…잔반 처리 비용은 반토막[르포]
경기교육청 2022년 도입, 올해 250→2026년 750곳 확대
[화성=뉴시스] 박종대 기자 = "친구들은 마라맛을 좋아하는데 저는 마라맛을 좋아하지 않이요. 점심시간에 마라탕과 어묵탕을 선택해준 적이 있는데 자율선택급식을 통해 친구들과 점심시간을 같이 만족스럽게 즐겼어요"
17일 낮 12시 35분께 경기 화성시 동탄중학교 내 급식실. 점심시간을 맞아 교실에서 쏟아져 나온 1~3학년 학생들이 급식실 앞에서 길게 줄을 선 채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학생들은 급식대 앞에 전시돼 있는 한식 한상차림 식단을 살피며 어떤 메뉴를 먹을지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고민하기도 했다.
전시된 상차림 뒤에는 A4용지 크기의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하얀색 종이로 인쇄된 안내판에는 '<선택> 삽겹살 오븐구이, 허브맛/고추장맛', '음료수에이드 레몬맛/청귤맛', '김치 배추김치/열무김치'라고 적힌 글씨가 차례로 보였다.
모든 학생들에게 공통으로 제공되는 기본식단으로는 보리밥, 한우된장찌개, 양파새송이오븐구이, 콩나물파절이무침 등 4종이 준비됐다. 이날 매콤한 소스가 발라져 있는 고기를 피하려는 학생들은 허브맛 삼겹살이 배식되는 줄에 서서 음식을 담았다.
동탄중 3학년 학생회장인 김연아 양은 "자율급식을 시작하면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급식을 담을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자신이 갖고 온 밥을 남기지 않으려고 더 신경을 쓰게 됐다"며 "이러한 영향으로 잔반처리대의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줄어든 것이 제가 보기에도 가장 큰 변화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탄중은 지난해 1학기부터 자율선택급식을 도입하면서 학생들의 급식 만족도 및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이 크게 개선됐다.
자율선택급식은 경기도교육청이 임태희 교육감 취임 이후 운영을 시작했다. 학생이 건강과 기호에 맞는 다양한 식단을 선택하고 식사량을 조절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인 식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급식 형태다.
'자율선택'이란 용어로 인해 자칫 학생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메뉴만 먹게 되면 제대로 된 영양섭취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의구심이 들 수 있지만 이는 기우에 가깝다.
영양교사나 영양사가 학생들이 어느 음식을 골라 먹어도 한 끼 식사에 필요한 만큼의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알맞은 식단표를 짰기 때문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뷔페식으로 폭넓게 메뉴 선택권을 보장한 음식들이 더 주어지는 것이기 급식 만족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
도교육청이 지난해 10월 학생·영양교사·영양사·조리종사자 등 총 62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급식 만족도 조사에서 92.6%가 '긍정' 답변을 보였다. 이는 같은 해 상반기 83%보다 약 9.4% 가량 높아진 수치다.
평균 한 끼당 잔반량도 자율선택급식 시행여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이를 시행하기 전에는 183g이었지만 이후에는 169g으로 14g(7.7%) 감소했다. 이는 음식물쓰레기 처리비 감소로 연결된다.
실제로 동탄중학교는 자율선택급식 도입 이전까지 하루 평균 음식물쓰레기 발생양이 200㎏에 달했지만 지난해 1학기에 자율선택급식을 시작한 이후부터 120~140㎏ 수준으로 떨어졌다. 학교 자체적으로 '음식물쓰레기 감량의 날' 행사를 진행할 때는 100㎏ 이하로 떨어질 때도 있다.
동탄중 노현정 영양교사는 "매달 음식물쓰레비를 처리하는 데 60만~70만원가량 지출됐는데 자율선택급식으로 이를 버리는 양이 감소하면서 그 비용도 약 30만원대 수준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2022년 도내 초중고 10곳에 자율선택급식 운영을 시작으로 2023년 70곳으로 이를 확대했다. 올해는 250곳으로 늘려나가고 2026년까지 총 750곳까지 자율선택급식 운영학교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올해 자율선택급식 정책의 확대와 재구조화를 위해 ▲자율선택급식 영양교사, 영양사, 조리종사자 업무경감 및 역량 강화 ▲정책 포럼 및 심포지엄 운영 ▲학생·학부모 학교급식 정책 참여 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도교육청 갈인석 학교급식보건과장은 "자율선택급식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는 새로운 학교급식으로의 대전환"이라며 "학생을 존중하고, 학부모에게는 신뢰를 주며, 급식관계자는 사명감과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학교 자율성에 기반한 급식을 운영해 공동체 모두가 만족하고 존중하는 행복한 정책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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