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미제 '영월 살인사건, 계획 범죄?' 50대 구속기소
일명 '영월 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 20년 만에 재판행
교제 여성과 만난 남성 살해한 '계획 범죄' 무게
20년 전 강원 영월군에서 발생한 일명 '영월 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50대 남성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졌다.
검찰 수사 결과 피의자는 자신이 교제하던 여성과 만난 남성을 살해한 '계획 범죄'로 밝혀진 가운데 향후 재판에서 20년 간 미제로 남았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춘천지검 영월지청(지청장 김현우)은 살인 혐의로 A(59·당시 39세)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04년 8월 9일 강원 영월군 영월읍 농민회 사무실에서 당시 조합 간사였던 안모(당시 40세)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목과 복부 등을 16차례 흉기에 찔리거나 둔기로 맞아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숨진 피해자가 반항한 흔적 없이 바지 주머니에 현금 10여만 원이 든 지갑도 그대로 있는 점 등을 토대로 면식범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당시 용의선상에 올랐던 이들의 범행 동기가 불확실했고 일관성 없는 제보 전화가 오히려 수사에 혼선을 주면서 사건은 장기화 됐다.
영구 미제로 남을뻔 했던 이 사건은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신설된 이후 2014년부터 재수사가 시작됐고 2020년 6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당시 사건 현장의 족적과 유력 용의자 A씨의 족적이 99.9% 일치한다는 소견을 받으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었다.
당시 사건 현장에는 여러 점의 족적이 증거로 남았고 사건이 한여름 발생한 만큼 '샌들' 족적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당시 용의자로 지목된 A씨를 소환해 거짓말 탐지기까지 투입해 검사를 진행했고 국내 유명 범죄 심리학자들에게 거짓말 검사 분석도 의뢰한 끝에 같은 해 11월 검찰에 송치했다.
'족적이 일치한다'는 증거 외에는 직접 증거가 부족한 이 사건을 두고 검찰은 3년 6개월 간 보강 수사를 벌인 끝에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의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수사 결과 A씨는 자신이 교제하던 여성이 피해자와 사귀게 되자 피해자에 대한 각종 정보를 수집해 사전에 범행을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03년 12월부터 영월에 거주하던 여성 B씨와 교제 중이었으나 B씨가 이듬해 6월부터 피해자와 사귀게 되면서 자신에게 "피해자를 좋아한다"고 말하자 범행을 계획했다.
A씨는 과거에 교제한 여성들의 신분증 촬영 사진 등을 몰래 보관해 두거나 B씨가 남편과 대화하는 것을 녹음해 두는 등 교제 관계에 있는 여성에 대한 강한 집착 성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범행 사흘 전인 2004년 8월 새벽 자신의 집에서 차량으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영월을 다녀간 뒤 피해자가 재직 중인 영농조합 관련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를 확인하는 등 각종 정보를 수집했다.
이후 A씨는 범행 당일인 같은 달 9일 영월에 있는 한 계곡에서 가족 등과 물놀이를 하던 중 술을 사오겠다며 자연스럽게 계곡을 나온 뒤 피해자의 사무실을 찾아가 살해한 뒤 다시 돌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범행 당일 계곡에 함께 있었던 B씨와 A씨의 사촌동생의 범행 가담 여부에 대해 집중 수사했으나 공모 관계는 없는 것으로 확인돼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에게 범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유족에 대한 피해자 지원 절차를 개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지난 달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경찰에서 얘기하는 범행 시간대에 동생 및 아이들과 미사리 계곡에 있었다"며 "당시 그 시간대에 찍은 사진을 알리바이 증거로 제시했는데도 경찰의 소설 같은 이야기로 20년간 고통을 받고 있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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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CBS 구본호 기자 bon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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