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한국어판 나온 '中 사상 경전'…"한중 교류 이어지길"

김예나 2024. 7. 1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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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좌파' 기수로 불리는 왕후이(汪暉) 칭화대 교수의 '근대중국사상의 흥기'는 학자들에게도 어려운 책으로 꼽힌다.

중국 송나라 때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을 이끈 수많은 사상과 학자들을 망라한 '경전'이 꼭 20년 만에 한국어로 번역됐다.

한국어판 번역 작업을 이끈 백원담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오늘날 중국 정부나 정책에 문제를 제기할 때도 왕후이 교수의 책을 '사상적 기초'로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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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좌파 이론가' 왕후이 교수…송나라부터 근대까지 사상 흐름 조명
원문만 150만자 이르는 대작…"사상적 고민, 오늘날에도 시사점"
질문에 답하는 왕후이 교수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7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근대중국사상의 흥기' 출간 언론간담회에서 저자 왕후이 칭화대 교수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7.17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중국 '신좌파' 기수로 불리는 왕후이(汪暉) 칭화대 교수의 '근대중국사상의 흥기'는 학자들에게도 어려운 책으로 꼽힌다.

상하로 나뉜 책은 중국어 원문으로 총 1천700쪽, 글자 수로는 150만 자(字)에 달한다.

미국, 일본, 이탈리아에서는 책 전반을 이끄는 글인 도론(導論)만 따로 번역했을 정도다.

중국 송나라 때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을 이끈 수많은 사상과 학자들을 망라한 '경전'이 꼭 20년 만에 한국어로 번역됐다. 완역본이 나온 건 한국어판이 처음이다.

왕후이 교수는 17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한국은 사상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연계된 부분이 많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질문에 답하는 왕후이 교수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7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근대중국사상의 흥기' 출간 언론간담회에서 저자 왕후이 칭화대 교수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7.17 mjkang@yna.co.kr

왕후이 교수는 중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정치개혁 담론을 주도하는 이론가인 그는 1996∼2007년 '두수'(讀書)를 이끌며 이름을 알렸고, 2013년에는 독일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와 '루카 파치올리 상'을 받았다.

그는 1990년대 중국의 친자본 노선을 비판해 온 '신좌파' 지식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표작인 '근대중국사상의 흥기'는 중국의 사상적 뿌리를 들여다본 책이다.

왕후이 교수는 '제국'과 '국가'를 나눠 생각하는 서구적 관점을 비판하면서 중국이 무엇이고, 중국의 근대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사상적으로 고찰한다.

신간 '근대중국사상의 흥기'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7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근대중국사상의 흥기' 출간 언론간담회에서 저자 왕후이 칭화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왕후이 교수, 양리화 베이징대 교수, 장융러 베이징대 교수, 쑹녠션 칭화대 교수. 2024.7.17 mjkang@yna.co.kr

상권에서는 유가 사상을 중심으로 중국의 전통 사상과 담론 계보를 짚으며, 하권에서는 1894년 청일전쟁 이후 중국의 지식인들이 새로운 시대 조류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분석한다.

한국어판 상권은 올해 4월에, 하권은 이달 15일 출간됐다.

왕후이 교수는 책에 대해 "19∼20세기를 지나며 중국은 서방 세계로부터 '사상적 충격'을 받았다. 서방 중심의 대화 또는 서구적 시각에 대한 (일종의) 도전"이라고 소개했다.

"책을 쓰겠다고 생각한 1989년을 전후해 중국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저는 전 세계가 내리는 '보편적 판단'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책 이미지 [돌베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이 책은 송나라에서 명, 청, 근대로 이어지는 시기에 중국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사상적 흐름으로)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특정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지는 독자가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왕후이 교수와 함께 방한한 양리화(楊立華)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 사상의 발전 과정과 그 안에 깔린 메커니즘(체제)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간담회하는 왕후이 교수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7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근대중국사상의 흥기' 출간 언론간담회에서 저자 왕후이 칭화대 교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7.17 mjkang@yna.co.kr

20년 만에 한국어책을 마무리하기까지 그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책이 나온 직후 한국어판 출간 계약을 맺었지만, 중국의 역사는 물론 전통 사상·담론까지 이해하고 옮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교정·감수 작업만 수년, 그 사이 출판사도 바뀌었다.

한국어판 번역 작업을 이끈 백원담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오늘날 중국 정부나 정책에 문제를 제기할 때도 왕후이 교수의 책을 '사상적 기초'로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백 교수는 "중국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사상적 대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3박 4일 일정으로 방한한 왕후이 교수는 국내 학자들과 만날 계획이다.

"거의 5년 만에 한국에 왔습니다. 국제 정세나 정치적 환경에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한국과 중국 사이의 지적 교류, 지식인 간 교류는 이어졌으면 합니다."

질문 듣는 왕후이 교수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7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근대중국사상의 흥기' 출간 언론간담회에서 저자 왕후이 칭화대 교수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4.7.17 mj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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