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최고급 호텔에서 외국인 시신 6구 발견···“청산가리 발견”
객실에선 하얀 가루 묻은 컵 발견
경찰 “사망자 중 살인 용의자 추정”
태국 방콕 시내 최고급 호텔 객실에서 외국인 6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방콕 당국은 독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 수사 중이다.
17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30분쯤 방콕 시내 라차프라송 지역 그랜드하얏트 에라완 스위트룸에서 시신 6구가 발견됐다.
사망자는 남성 3명과 여성 3명으로, 베트남계 미국인 2명과 베트남 국적 4명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나이대는 전원 30대에서 50대 사이다. 이들은 사건 당일이 예약 마지막날로, 체크아웃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방에 들어간 호텔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망자 중 1명이 독성 물질 시안화물(청산가리)을 사용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AP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6명 사망자가 마신 커피에서 청산가리 흔적을 발견했다. 사망 전 이들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건 지난 14일 룸서비스를 주문했을 때다. 호텔 기록을 확인한 결과, 발견된 6명 외 이 방을 방문한 사람은 없었다.
앞서 발견 당시 사망자들은 스위트룸 거실에 4명, 침실에 2명이 자리했으며 입에 거품을 문 채였다. 객실에서 하얀 가루가 묻은 컵도 발견됐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이 투숙객들은 룸서비스로 주문한 음식은 그대로 두고 커피와 차 등 음료는 마신 상태였다.
경찰은 부검 결과 사망자들의 혈액에서 미량의 독성 물질 시안화물(청산가리)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사용한 찻잔 6개와 커피가 든 보온병에서 청산가리 흔적을 확인했으며, 숨진 6명 중 1명이 일행을 독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일부 경찰은 희생자의 친척들로부터 빚 문제로 분쟁이 있었다는 증언을 받았다. 사망자 중 용의자로 추정되는 50대 여성은 다른 일행에게 돈을 빌려 일본에 병원을 짓는 데 투자했으나 1천만밧(약 3억8500만원) 규모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중에는 보증인도 포함돼 있었으며, 이들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당초 총 7명이 5개 객실을 예약했다며, 사망자 6명 외에 나머지 한 명을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했다. 그러나 일곱 번째 인물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 10일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방콕 도심 한복판 최고급 호텔에서 외국인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도 전날 밤 현장을 방문했다. 세타 총리는 “이번 사건이 관광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망자 중 2명이 미국 시민권자인 만큼 미연방수사국(FBI)도 수사를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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