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내 새끼’ 관점으로 보는 학부모 반성해야”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4. 7. 1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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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1주기 조 서울교육감 인터뷰
지금도 마음이 무겁고, 죄송스럽다
교권·학생인권 모두 존중되는 공동체 학교 돼야
교육청이 선생님들 정당한 교육활동 뒷받침

지난 15일 서울특별시교육청 보건안전진흥원 앞에 서울 서이초 교사 A씨의 1주기를 기리는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고인은 평소 학부모 악성 민원과 문제행동 학생 지도로 힘들어하다 지난해 7월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통에 젖은 전국의 수십만 교사들은 그해 여름 수 차례 모여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교권회복을 촉구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이날 헌화하며 “참회하는 마음으로, 교육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가겠다”고 썼다.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 중 서이초 사건 관련 질문을 받고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생각에 잠겨 있다. /이충우 기자
16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조희연 교육감은 “상주의 마음으로 서이초 사건을 대하고 있다”며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1년이 돼 가는 지금도 마음이 무겁고, 죄송스럽다”며 “여전히 (교권회복까지) 갈 길이 멀다는 점에서 책임감이 앞선다”고 했다.

순직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교권회복 5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교사 개인에게 가해진 악성 민원은 이제 학교와 교육지원청이 나서서 막아준다. 서울시교육청은 본청에 교육활동보호팀을 선설했고, 산하 교육지원청에도 장학사·변호사를 추가 배치했다. 늘어난 교권보호 인력만 총 40명이 넘는다.

하지만 현장 체감은 크지 않다. 여전히 극성 학부모들은 존재하고, 교권 침해라고 인정돼 보호받기가 어렵다고 한다. 서울교사노조가 지난달 교사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84.1%가 ‘서이초 교사 사망 후 교권 보호 법안들이 개정됐지만 현장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또 교사 중 절반이 넘는 56.2%가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당할까봐 두렵다’고 했다. 올 상반기 교사 노조에 접수된 교권 침해 고충상담 건수는 전년 동기간보다 소폭 늘었다. 조희연 교육감은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이 충분하지 못하고 느낀다면 부족함을 인정한다”며 “1년이 된 시점에 더욱 반성하면서 보완하겠다”고 했다.

특히 조 교육감은 “‘내 새끼’의 관점에서만 세상을 보지 말아달라”며 학부모들의 자성도 촉구했다. 자기 자식만을 생각하고, 민원 폭탄·소송전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악성 학부모들 책임도 작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선 아이의 문제 행동에 대해서 부모의 책임도 엄하게 묻는다”며 “내 아이의 권리뿐 아니라 다른 아이의 교육권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성숙한 인식을 가져주시라”고 했다.

16일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내 새끼’의 관점에서만 세상을 보지 말아달라”며 학부모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충우 기자
일각에선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과도한 학생인권 신장이 교권 추락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교원 3만 2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이 84.1%에 달했다. 최근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서울시의회에서 재의결된 뒤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학생인권법에 대해서도 여러 교사 단체들이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조희연 교육감은 “학생 인권을 과도하게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도, 학생 인권과 다른 학생의 인권 또는 교권이 충돌하는 지점이 있는 것도 인정한다”면서도 “극단적 사례가 학생인권조례 폐지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생인권과 교권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며 “교권과 학생인권이 모두 존중되는 ‘공동체형 학교’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침해 우려가 고조되며 일선 교실은 정당한 교육활동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마비 상태’다. 사고 발생을 걱정해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는 군대와 비슷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학생이 친구와 다투거나, 수업 시간에 떠들어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할까봐 적극적으로 훈육하지 못한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관리 책임을 져야 해 현장체험학습을 없애고,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을 운동장에 못 내보낸다. 이들의 걱정이 기우는 아니다. 최근 전북 군산시의 한 중학교 교사는 1학년 학생들 다툼을 중재하다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강원도 한 초등학교 교사 2명은 체험학습 도중 버스기사 운행 부주의로 학생이 치여 사망한 사건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조희연 교육감은 “서이초 사건의 아픔을 기억하면서도 이제 앞으로 나아가자”며 “교육청이 뒷받침할 테니 선생님들은 정당한 교육활동에 힘써달라”고 했다. 교사들은 교육자로서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교육청은 법적·제도적·행정적 보완을 통해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타 시·도교육감, 국회와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보완 입법을 마련하고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서적 학대 조항’에 제한 요건을 추가하는 아동복지법 개정, 현장학습 시 고의나 중대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도록 하는 학교안전법 개정 등이다. 경미한 교육활동 침해에 대해서는 법적 분쟁으로 번지지 않고 학교 내부에 전담기구를 만들어 해결토록 하는 방안, 문제행동 학생을 분리지도할 수 있도록 상당한 수준의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안 등도 포함된다.

조 교육감은 특히 많은 교사들이 문제 삼고 있는 아동복지법 상 ‘정서적 학대 조항’ 개정이 시급하다고 본다.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아동학대의 일종으로 규정하는 조문으로 규정이 모호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돼왔다. 그는 “교육·훈육과 아동학대 간 경계가 모호한 점도 때로는 있다”며 “원래 가정에서의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 학교에 적용될 때는 엄격한 제한 요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복적·지속적이거나 일시적․일회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판단되는 행위’라고 분명히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아동복지법 개정과 관련해 내부 협의를 마친 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안건을 제출했다. 국회에도 관련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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