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살인 불송치' 경찰, 재수사 때 피의자 대면조사도 안 해

류희준 기자 2024. 7. 1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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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 형제 살인 벌어진 주택(왼쪽)

2년 전 청주에서 발생한 형제 살인사건을 '증거 없음'으로 종결했던 경찰의 초동 수사가 허점투성이였던 것으로 자체 감찰 결과 드러났습니다.

피의자 주변을 추가로 탐문하라는 검찰의 구체적인 재수사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는데도 탐문을 한 것처럼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사건 감찰에 나선 충북경찰청 수사심의계는 최근 청원경찰서 수사팀 모 경감과 모 경장을 각각 불러 조사했습니다.

감찰 결과 이들은 지난해 7월 검찰로부터 A(60대) 씨와 그의 가족을 상대로 진술을 다시 받으라는 취지의 재수사 요청을 받고도 이들을 불러 조사하거나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청원서 수사팀은 A 씨에게 출석 요구를 했는데, 그가 "몸이 안 좋다. 이전의 진술 내용과 동일하다"며 거부하자 추가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사팀은 당시 유일한 목격자였을 것으로 추정됐던 어머니 B(80대) 씨 역시 다시 찾지 않았습니다.

A 씨 형제와 함께 거주했던 B 씨는 사건 직후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A 씨의 여동생 3명이 어머니 B 씨를 요양원에 데리고 갔는데도 이들을 대상으로도 별다른 탐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마치 검찰의 요청을 이행한 듯 "탐문 결과 특이사항이 없다"는 취지로 재수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검찰은 타살이 의심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와 관련해 다른 법의학자 감정을 추가로 받아오라고도 했는데, 경찰은 법의학자의 회신이 없다는 이유로 보고서에 재감정 문서를 누락했습니다.

또 '증거불충분' 결정 전까지 상해치사 혐의를 받았던 A 씨가 범행 후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청원서 관계자는 이미 장기간 수사를 이어오던 상황이라 법의학자 회신을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었다면서 재수사 결과를 보고한 뒤 검사에게 사정을 설명했다고 해명했습니다.

A 씨 소재지를 파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그가 연락을 잘 받았기 때문에 당시까지만 해도 소재 파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사건 적체가 심했던 터라 그 부분까지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충북청 수사심의계는 당사자들에 대한 징계 여부와 그 수위를 결정하는 데까진 시일이 걸릴 예정이며 수사가 미진했던 부분은 없었는지 계속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2022년 6월 3일 새벽 사직동의 한 주택에서 술을 마시고 들어와 남동생 C(당시 59세) 씨를 마구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경찰은 애초 A 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입건했지만, 주변 탐문수사 등 증거 확보 노력을 다하지 않은 채 정신질환을 앓는 동생이 자해한 것 같다는 취지의 A 씨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종결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5월 교체된 수사팀이 바로 옆집에 거주하던 사건 목격자를 찾으면서 A 씨는 지난 2일 구속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류희준 기자 yooh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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