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순직 1년…軍, 무엇이 달라졌나
능력 초과시 요청 거절키로
재난·재해·긴급 아닌 일반 대민지원은 국방부 훈령서 제외 추진
해병대 채모 상병이 순직한 지 오는 19일로 1년을 맞는 가운데 군 당국이 무분별한 장병 대민 지원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 상황을 공개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국방부는 재해 및 재난 현장에 부대를 동원할 때는 장병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게 하는 매뉴얼을 제정했고, 긴급 상황이 아닌데도 무리하게 장병 동원이 이뤄지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다듬기로 했다.
실제 채 상병 순직 사건 이후 장병 안전이 100% 확보된 가운데 대민 지원을 실시한다는 원칙에 따라 재난 유형별 위험 요인을 분석해 행동 요령을 구체화한 ‘국방부 재난 분야 대민 지원 안전매뉴얼’을 지난해 말 제정됐다.
국방부 차원에서 대민 지원 안전매뉴얼이 마련된 것은 처음이다.
안전매뉴얼은 풍수해와 지진, 산불, 화학물질 누출 등 33개 재난 유형에서 수상 및 지상 조난, 추락 및 낙상, 화상 등 16개 위험 요인을 식별해 상황에 따른 행동 요령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작전 임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대민 지원 임무를 수행하되, 부대 및 장병의 능력 범위를 넘어서는 임무일 경우 상급 부대에 건의해 지원 불가 이유를 지자체 등 지원 요청 기관에 설명하도록 했다.
무리한 대민 지원이 이뤄지지 않도록 부대 및 장병의 능력을 고려해 임무를 수행하도록 명문화한 것이다.
이와 함께 군 당국이 자체적으로 재난 유형에 따라 대민 지원 임무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임무 수행시 비전투손실 발생 가능성과 임무의 난이도를 고려해 간부 및 병사로 편성한 지원팀을 투입하도록 했다.
장병들을 재해 현장에 투입할 때는 경험 있는 현장 전담 안전통제관을 배치하고, 안전 및 구호 장비를 휴대하는 등 안전 대책을 강구하도록 했다.
이런 내용의 매뉴얼은 ‘국방 재난관리 훈령’에도 반영됐다.
훈령 제23조에 "재난이 발생한 지역 또는 재난 취약지역에 위치한 부대의 장은 ‘국방부 재난 분야 대민 지원 안전매뉴얼’의 위험 요인별 행동 요령과 소속군 참모총장(해병대의 경우 해병대사령관)이 마련한 안전매뉴얼을 참고해 대응해야 한다"고 규정됐다.
국방부는 또한 재난, 재해, 긴급 상황이 아닌 대민 지원은 국방 재난관리 훈령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국가시책 사업,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공사업이나 사회단체의 공공복리 사업 등 재난과 무관한 각종 사업에도 대민 지원이 가능하다고 규정한 현행 훈령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군 장병이 과도하게 대민 지원에 동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한 권고를 고려한 조치다.
인권위가 채상병 사고를 계기로 군의 안전관리 실태에 관한 직권조사를 벌인 결과, 군의 대민 지원 연인원 규모는 2022년 1∼9월 101만7146명으로 지난 2013년 1∼9월의 6만5778명과 비교해 15.5배 증가했다.
인권위는 군 병력이 자연재해뿐 아니라 구제역 등 사회적 재난 수습이나 지방자치단체 행사 등에도 동원된다고 지적했다.
국방 재난관리 훈령에서 일반 대민 지원을 제외한다고 해서 군의 일반 대민지원이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반 대민지원은 각 군에서 지휘관 판단하에 시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반 대민 지원의 근거 조항 삭제는 무분별하게 인력이 차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병력 피로도를 줄여 긴급 상황 대비에 집중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또 한 지역 안에서 여러 부대가 지원에 나설 경우 지휘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점을 각급 부대에 강조하고 있다.
채상병 사고 때 소속 해병대 부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육군으로 넘어갔음에도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이 현장 해병대 병력에 대한 지휘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발언들을 해 직권남용 논란이 일었던 점을 고려한 조치로 파악된다.
채상병은 지난해 7월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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