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에 단단히 화가 난 황희찬, SNS 통해 심경 토로··· “인종차별은 스포츠와 삶, 모든 측면서 용납되지 않아”
경기 도중 상대 선수로부터 당한 인종차별에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직접 심경을 토로했다.
황희찬은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종차별은 스포츠와 삶이라는 모든 측면에서 용납할 수 없다”며 “사건이 일어난 후 코칭스태프와 팀원들이 내가 원한다면 나와 함께 현장을 떠나주겠디고 말했다. 계속 나를 체크하고 확인해줬다. 다시 한 번 팀원들에게 감사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전지훈련 중인 울버햄프턴은 현지시간으로 15일 오후 마르베야 훈련장에서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B에서 2위를 차지해 이번 시즌 세리에1로 승격한 코모1907(이탈리아)와 연습경기를 치렀다.
황희찬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로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그리고 후반 23분 상대 팀 선수로부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었고, 이에 격분한 팀 동료 다니엘 포덴세가 인종차별 발언을 한 선수를 향해 주먹을 날린 뒤 퇴장당했다. 경기는 울버햄프턴의 1-0 승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경기 후 관심은 온통 인종차별을 당한 황희찬에게 집중됐다. 게리 오닐 울버햄프턴 감독은 황희찬에게 계속 경기를 뛰어도 괜찮겠냐고 물었고, 마리오 르미나로부터 주장 완장을 이어받은 황희찬은 경기를 끝까지 소화했다.
그런데 경기 후 가해자인 코모 측이 ‘적반하장’ 식으로 나서 논란을 일으켰다. 코모는 구단 공식 SNS를 통해 “우리는 문제의 수비수가 무슨 말을 했는지 조사하기 위해 서로 이야기를 했다. 긴 이야기 끝에, 우리는 이것이 선수의 이름과 그의 동료들이 경기장에서 (황희찬을) 차니(Channy)라고 그를 언급한 것과 관련이 있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이어 “이 수비수는 황희찬에 대해 자신의 동료에게 ‘그를 무시해라. 그를 재키 찬(성룡)이라 생각해라’라고 말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선수는 의도적으로 폄하하는 말을 한 적이 없으며, 일부 울버햄프턴 선수들의 반응으로 이 사건이 지나치게 과장됐기에 실망했다”며 오히려 울버햄프턴과 황희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뻔뻔함’까지 보였다.
손흥민(토트넘)의 팀동료인 로드리고 벤탄쿠르는 지난 6월 “손흥민이 아니라 손흥민의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라고 했다가 집중포화를 맞았다. ‘아시아인은 똑같이 생겼다’라는 인종차별적 의미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코모의 주장은, ‘아시아인은 다 재키 찬과 똑같이 생겼다’라는 인종차별적 의미를 무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황희찬은 “나는 그저 경기를 계속하고 싶었다. 해야 할 일을 했다”며 “마지막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인종차별이 설 곳은 없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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