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무서워 갓길에 세워" 도로 곳곳 '침수'에 2시간 걸려 출근

박대준 기자 양희문 기자 이상휼 기자 2024. 7. 1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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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출근시간 2배 이상…주택침수·토사유출·역류 피해 이어져
파주 최고 357㎜ 내려…임진각 평화관광, 가평 수상레저 중단
경기북부 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17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당동IC 인근에 차량이 침수되어 있다. 2024.7.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의정부=뉴스1) 박대준 양희문 이상휼 기자 = “억수 같은 장대비에 운전하기 무서워 갓길에 세워두고 비가 그치기를 1시간 가까이 기다렸어요”

17일 경기북부 지역에 아침부터 강한 비가 내리면서 도로 곳곳이 침수되고 열차 운행마저 지연되면서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우선 평균 140㎜의 비가 내린 파주시에는 호우경보가 내려진 오전 7시 30분을 전후해 “도로가 침수됐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특히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내린 문산읍 지역에서는 과거 1990년대 세 차례나 큰 물난리를 겪은 탓에 주민들을 긴장시켰다.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자유로 당동IC 램프 구간 도로가 순식간에 물이 차면서 차량이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침수되자 경찰이 긴급 통제에 나섰다.

김 모 씨(44)는 "당동IC를 지나 자유로를 타고 김포로 출근하는데 IC 근처에서 차들이 꼼짝도 하지 않아 좁은 우회도로를 돌아가느라 1시간 가까이 지각을 했다"고 전했다.

주요 산업단지가 몰린 문산읍과 월롱면, 파주읍에도 직원들의 지각이 이어졌다.

월롱면의 한 공장에 근무하는 이 모 씨(38)는 “문산읍 기숙사에서 직장까지 평소라면 30분이면 도착할 텐데 이날은 앞이 보이지 않는 비로 버스마저 거북이 운행을 하며 1시간 넘게 걸렸다”고 전했다.

또한 운정신도시의 한 도로도 출근길 우수관이 역류하며 일부 도로를 침수시켜 출근길 차량들이 서행을 한 탓에 주변이 지·정체를 겪기도 했다.

경기 북부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중인 가운데 17일 오전 양주역 인근 도로가 침수되어 있다.(독자 제공)2024.7.17/뉴스1

문산 전통시장 인근에 거주하는 성 모 씨(51)도 “20여 년 전 물난리로 집이 침수돼 힘들었는데 이번에도 그때처럼 비가 억수같이 내려 불안했다. 더구나 주변에 아파트 등이 대거 들어온 상황에서 집이 저지대에 위치해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산읍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현재까지 주택 침수 피해 관련 2~3건의 문의전화가 걸려 왔다”며 “정확한 피해상황은 이장단과 현장 방문을 통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문산읍과 가까운 임진각도 폭우로 평화관광이 일시 중단됐다. 시 관계자는 “임진각 인근 경의선 철로가 일시 침수되고 도로들도 지대가 낮은 곳이 많아 만약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평화관광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파주시 외에도 경기북부의 다른 지역에서도 피해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8~9시께 의정부시 녹양역 사거리 일대는 일부 도로가 침수돼 차량정체가 극에 달했다.

경기북부경찰청에 근무하는 경찰관 A 씨(40대)는 “오늘 양주시 고읍지구에서 의정부시 금오동 청사까지 출근하는데 2시간이 걸렸다. 평소 15~20분 걸렸는데 이날 정체는 너무 심했다. 양주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은 거의 대부분 지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버스와 지하철 등이 기상악화로 멈추면서 대중교통과 자차 모두 먹통이 된 것이다. 녹양역과 양주역 일대 도로 침수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어 관할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두천시도 신천을 따라 시가지가 형성돼 과거 상습 수해 피해지역이었지만, 수해 이후 빗물펌프장을 늘렸고 최근 신천 바닥을 깊이 파내는 등 준설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여 완공했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과거 수해가 반복돼 고심 끝에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고, 이날 폭우가 쏟아졌지만 별다른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기북부 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17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월롱2 육교 인근에 호우로 토사가 유출되어 있다. 2024.7.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이날 오전 9시 30분께는 남양주시 화도읍 마치터널 인근 도로에 토사가 흘러내리며 출근길 교통 체증을 빚었다. 운전자들은 도로를 메운 흙과 자갈 탓에 평소 출근 시간보다 3배가량 더 소요되는 등 극심한 차량 정체를 겪어야 했다.

강 모 씨(30)는 “돌이 많은 데다 서행하는 차량들로 인해 도로가 마치 주차장 같았다”며 “결국 회사에 사정을 말하고 지각했다”고 말했다.

가평군도 폭우가 쏟아지자 북한강변 인근 물놀이 시설에 대한 운영 자제를 권고했다.

수상레저 업주 B 씨는 “갑작스러운 폭우로 물이 불어나며 오늘 정상 운영을 못하게 됐다”며 “예약 손님에겐 환불해 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들 피해지역은 현재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연천 등 경기북부 내륙은 현재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시간당 20㎜ 내외로 내리고 있다. 또한 내일까지 경기북부에는 추가로 10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된 상황이다.

현재까지 누적 강수량은 판문점(파주 357.5㎜로 최고를 기록 중이며 이어 백학(연천) 208㎜, 창현(남양주) 202㎜, 남면(양주) 201.5㎜로 집계됐다.

dj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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