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인 듯 인수 아닌···빅테크 ‘편법’ 도마 위
유망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정식으로 인수하는 대신 인재와 기술만 확보하는 빅테크 기업들에 대해 영국과 미국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깐깐한 반독점 심사를 피하기 위해 사실상 인수와 같은 꼼수 행위로 시장 지배력 확대를 노린 건 아닌지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16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플렉션AI 공동 창업자와 직원 영입이 영국 내 경쟁을 저해할 수 있는 합병으로 간주되어야 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우선 1차 조사를 벌여 오는 9월11일까지 심층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 3월 MS는 인플렉션AI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무스타파 술레이만과 직원 70명 대부분을 AI 사업부로 영입했다. 인플렉션AI 기술을 재판매하기 위한 라이선스 비용까지 총 6억5000만달러(약 8900억원)를 지불하기로 했다. 술레이만은 바둑 두는 AI ‘알파고’를 개발한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공동 창업한 인물로 유명하다. 딥마인드가 2014년 구글 산하로 인수된 뒤에도 구글에 몸담고 있다가 2022년 인플렉션AI를 차렸다.
하지만 MS의 인플렉션AI 구성원 영입을 두고 반독점 심사를 피하기 위한 ‘편법 인수’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MS는 CMA의 조사 착수에 대해 “인재 채용은 경쟁을 촉진하며 합병으로 취급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이 문제를 조사 중이다.
의혹을 받는 기업은 더 있다. 지난달 AI 스타트업 어뎁트 CEO와 주요 직원을 영입하고 기술 라이선스를 획득한 아마존이다. FTC는 두 회사 간 거래에 대해 비공식 조사에 나섰다고 CNBC가 이날 보도했다. 이달 초 론 와이든 미 상원 금융위원장 등 상원의원 3명은 미 법무부와 FTC에 양사 관계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와이든 위원장은 “몇몇 기업들은 시장의 주요 부분을 장악하고, 혁신에 집중하기보단 다른 사람들의 재능을 매수하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당국은 MS가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130억달러를 투자한 것도 편법성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EU는 MS와 오픈AI의 제휴 관계가 기업인수법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MS가 오픈AI 이사회 참관인 자격을 포기한 것도 당국의 눈초리를 고려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온라인 마케팅 소프트웨어 기업 허브스팟을 사들이는 계획을 접은 배경 중 하나로 반독점 규제 부담이 꼽히기도 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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