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본인 사건 저한테 공소 취소 부탁하셨죠" 나경원 "그건…"

당무개입 설전 중 공소 취소 요청 폭로, 시인…野 "모두 수사 받아야"
나경원 "한동훈 입이 리스크"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가 방송한 당 대표 후보 라디오 토론회에서 나경훈 후보를 상대로 과거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취소 요청을 한 일을 폭로하고 있다. 사진=CBS 뉴스쇼 영상 갈무리

법무부 장관 출신의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자신의 당무개입 발언을 문제삼는 나경원 당 대표 후보(국민의힘 의원)에게 “패스트트랙 사건 저한테 공소 취소 부탁하지 않았느냐, 저는 그런 식으로 개입할 수 없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나경원 후보가 법치를 세우는 일이었다고 말하며 사실상 시인해 전당대회 파문이 '김 여사 문자', '댓글팀'에서 '공소 취소 청탁 논란'으로 번질 기세다.

나경원 후보는 1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가 방송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라디오 토론회에서 이관섭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퇴요구를 당무개입이라고 비판한 한 후보의 과거 발언을 들어 “윤 대통령을 협박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과거 한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무개입 사건을 기소한 것을 두고도 형사기소 대상이 맞느냐고 따졌다. 이에 한 후보가 “유죄 판결이 났다”고 답하자 나 후보는 “당무 개입이라는 기소 자체가 굉장히 법조인들의 시각에 의해서 잘못된 기소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이후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두고 책임론을 따지자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면서 돌연 “저는 어차피 정책적 얘기에 관여된 거긴 합니다만 나 의원님께서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해달라고 부탁하신 적 있으시죠? 저는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고, 그런 식으로 저희가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 법무부 장관은”이라고 폭로했다.

나 후보가 “그거는 구체적 사건이 아니라”라고 하자 한 후보는 “본인 사건이잖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나 후보는 “실질적으로, 저의 유무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 헌법과 법치를 바로 세우느냐 아니냐의 문제”라며 “저의 유불리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나 후보는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의 수사지휘권을 남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을 하지만 무엇이 중요한지, 마약 사건을 우리가 해결해야 된다, 이런 지침, 그거 당연히 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법무부 장관의 일을 그 정도로 생각하고 하셨다면 걱정이 많이 된다”고 했다. 사실상 공소 취소 요청을 시인한 발언이다.

이에 야당에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공소 취소 청탁 폭로까지 나왔다며 전당대회 말고 수사나 받으러 가라고 비판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7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나 후보가 한 후보에게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요구했다는 방송 토론 내용을 들어 “나경원 후보는 심지어 답변을 통해 공소 취소 청탁과 관련하여 자신의 유무죄에 관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치를 바로 세우는 문제라고 변명하며 청탁 자체에 대한 사실관계를 인정했다”며 “몇 번을 듣고 보고 읽어봐도 믿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윤석열 정권이나 국민의힘 사람들은 수사나 기소를 자신들의 권리로 여기며 사적 인연에 따라 청탁도 하느냐”며 “이게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던 법과 원칙이냐”고 반문했다. 나 후보 사건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계류되는 동안 한동훈 후보는 2022년 5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법무부 장관 자리에 있었다. 한 대변인은 나 후보를 향해선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치 운운하지 말고 판사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이 자행한 공소 취소 청탁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 대변인은 “당무개입, 불법 댓글팀 의혹, 폭력사태를 넘어 이제는 형사사건 청탁이라니, 국민의힘은 선거를 치를 것이 아니라 후보 모두 다같이 손잡고 검찰에 출석해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나경원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역시 한동훈 후보의 '입'이 우리 당 최대 리스크”라며 “한 후보가 입을 열면, 우리 당을 위험에 빠뜨리는 폭탄과 같은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고 한 후보 책임론을 제기했다.

나 후보는 “해야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 구분 못하고 심지어 아주 악의적으로 왜곡까지 해서 보수 진영 전체를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다”며 “패스트트랙 공소 문제는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그리고 정치의 사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했던 충언이었다. 그런데 한 후보는 이마저도, 자기 정치 욕심을 위해 교묘하게 비틀고 있다”고 반박했다. 나 후보는 “이것이 당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의 모습인지, 아니면 자기만 위해 당이 무너지든 말든 상관없다는 사람의 모습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