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기범죄 대응 ‘단속·검거’에서 ‘차단·예방’ 중심으로 전환

전현진 기자 2024. 7. 1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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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향신문 자료사진

‘초국경·비대면’ 사기범죄가 늘어나면서 경찰이 단속·검거보다 차단과 예방을 중심으로 한 통합 대응 체계를 세우기로 했다.

1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사기방지 통합대응체계를 구축할 방안을 찾는 연구용역을 최근 공고했다.

연구용역의 핵심은 범정부 차원에서 사기범죄를 차단·예방하는 체계를 구축해 범죄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경찰이 이번 연구를 추진하고 나선 것은 사기범죄의 양상이 이전과는 크게 달라지면서다. 과거 사기는 돈을 갚을 것처럼 속이고 빌리거나, 투자금 명목으로 받은 뒤 돌려주지 않거나, 계 모임에서 모은 돈을 가지고 잠적하는 ‘계사기’ 같은 유형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해외 체류 중인 범인이 비대면 상태로 수많은 피해자를 속여 돈을 가로채는 경우가 많다. 전화나 문자 메시지 등으로 속이는 전자금융사기(보이스피싱), 고급 투자 정보를 미끼로 돈을 받아 잠적하는 ‘투자 리딩방 사기’,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꾸민 뒤 돈을 가로채는 ‘로맨스 스캠’과 같은 범죄가 대표적이다.

이런 범죄는 범인을 붙잡기도 어렵고, 피의자를 검거하더라도 피해 금액을 회복하기 어려운 게 특징이다. 이런 범죄 유형이 증가하면서 사기 범죄 검거율은 2018년 74.8%에서 매년 줄어 2022년 58.7%로 떨어졌다. 단속과 검거 중심의 대응만으로는 사기 범죄를 감소시키기 어려운 이유다.

경찰은 이번 연구 용역을 통해 사기 범죄 현황과 해외의 사기방지체계에 대해 파악한 뒤, 사기 범죄 차단 및 예방에 필요한 법령을 마련하고 통합 신고·대응에 필요한 범정부 기구의 설치 방안 등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경향 자체가 변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단속과 검거 활동은 계속하면서도 피해가 추가로 확대되지 않도록 사기에 사용된 전화번호, 통장, 인터넷 계정 등을 차단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기가 이뤄지는 총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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