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PM이 혁신 주도"…KIST, 임무중심연구소 PM에 인사평가권·예산권 부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임무 중심'으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3개 임무중심연구소가 생기고 각 연구소 소장이 연구소 사업을 관리하는 ‘프로그램 매니저(PM)’로 지정됐다. PM은 연구소 임무설정권, 인사평가권, 예산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예산권의 구체적인 윤곽은 과기정통부 예산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는 연말 드러날 전망이다.
17일 서울 성북구 KIST 본원에서 열린 오상록 KIST 원장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오 원장은 "정부 R&D 체계가 임무 중심으로 전환됨에 따라 KIST도 출연연에 임무중심 R&D 모델을 제시하고자 7월 1일자로 3개 임무중심 연구소를 출범했다"고 밝혔다.
임무중심 연구소는 '차세대반도체 연구소', '인공지능(AI)·로봇 연구소', '청정수소융합 연구소'다. 뇌과학, 차세대반도체, AI·로봇, 기후·환경 등 전문연구소와 바이오·메디컬, 첨단소재기술, 청정신기술, 연구·데이터자원 등 연구본부로 나뉘어져 있던 조직을 개편해 만들었다. 연구소 규모는 차세대반도체 연구소가 50~60명, 인공지능(AI)·로봇 연구소와 청정수소융합 연구소가 각각 25~30명이다. KIST는 하반기 추가적으로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3개 연구소를 우선적으로 설립한 까닭에 대해 오 원장은 "KIST가 다른 연구소에 비해 특별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고 전문성이 있는 임무 중심으로 연구소를 만들었다"고 답했다. 차세대반도체, AI·로봇 임무중심 연구소는 기존 관련 임무 연구소 인력을 흡수했다. 오 원장은 "기존 연구본부 안에 있었던 청정신기술 부서 중 수소를 연구하는 그룹이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어 이 부분을 떼어 청정수소융합 연구소를 새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 원장은 임무 중심 연구소가 기업, 대학에서 하지 못하는 주제를 임무로 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경우 현재 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연구하기 어렵지만 KIST는 차세대, 차차세대를 위한 도전적인 임무를 설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차세대 반도체 연구소는 기존과 대비해 연산능력 1000배 높고 전력소비가 100분의 1로 줄어드는 새로운 방식의 초거대 연산반도체 개발을 임무로 설정했다.
손지원 KIST 본부장은 "연구소가 우수 논문, 특허 몇 개를 보유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고 기업과 함께 기술을 실증하며 연구결과의 파급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KIST는 각 연구소 소장에게 PM으로서 막대한 권한을 주겠다고 밝혔다. 그간 도전적인 R&D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전권을 가진 강력한 PM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과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나왔다. KIST에 따르면 PM은 인력 선발, 임무 설정, 예산 배분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PM은 타 연구소에서 인력을 충원할 수도 있다. 한 연구소의 경우 정년을 연장하고 처우를 높이는 방법으로 타대학 석학을 영입한 상태다.
연구소 직원 평가도 PM에게 전적으로 일임한다. 오 원장은 "전임 원장이 단기적인 연구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연구의 의의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평가제도를 만들어뒀다"면서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게 평가제도가 운영되는 대신 PM이 각 직원이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보고 평가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직원이 여러 실패를 했어도 임무를 위해 노력했다면 PM이 좋은 평가를 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PM이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이 얼마나 되고 어디까지 분배할 수 있는지는 연말에 확정되는 과기정통부 예산안에 따라 그 범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오 원장은 "PM은 내부예산 중에선 기본사업비를, 외부예산 중에선 수탁사업비 중 연구소 임무와 관련된 것을 가져와 배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 과기정통부에 3개 연구소 출연금을 신청한 상태고 확정되면 전체적으로 30~50억 가량이 연구소에 추가 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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