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발레단 에투알 박세은 “출산 석 달 전까지 점프…춤 전환점”

임석규 기자 2024. 7. 17. 13:4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가끔 출산했다는 걸 까먹고 살아가고 있어요."

'발레의 종가'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에투알(별이라는 뜻으로 수석무용수를 말함) 박세은(35)은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간담회에서 "18개월 된 딸을 보면서 '내가 언제 이런 딸을 났나' 생각할 때도 있다"며 웃었다.

2011년 준단원으로 입단한 박세은은 10년 만인 2021년 355년 역사의 파리오페라 발레단 최초의 동양인 에투알이 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서 내한 공연
파리발레단 무용수 10명 출연…18개 핵심 레퍼토리
프랑스 파리 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세은이 지난해 출산 이후 2년 만에 내한해 공연한다. 예술의전당 제공

“가끔 출산했다는 걸 까먹고 살아가고 있어요.”

‘발레의 종가’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에투알(별이라는 뜻으로 수석무용수를 말함) 박세은(35)은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간담회에서 “18개월 된 딸을 보면서 ‘내가 언제 이런 딸을 났나’ 생각할 때도 있다”며 웃었다. 지난해 출산해 ‘엄마 발레리나’가 된 그가 오는 20~24일 2년 만에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난다.

“임신했다는 걸 알았을 때 처음엔 춤을 못 출 거란 생각에 우울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배가 불러와도 춤을 멈추지 않았다. 출산 3개월 전까지 무대에 올라 점프를 했다. “그때 태아가 10㎝ 아보카도 정도 사이즈였는데 겁은 좀 났어요. 그런데 의사들이 배 근육이 두껍게 덮고 있어서 괜찮으니 그냥 춤을 추라고 하더군요.”

만삭일 때도 공연은 못 했지만 토슈즈(여성 무용수가 신는 발레 신발)를 벗지 않고 연습을 이어갔다. 그 때문인지 발레리나로선 이례적으로 빠르게 무대로 복귀했다. 출산 이후 6주부터 연습을 시작했고, 6개월 만에 공연을 펼쳤다. 복귀하자마자 발레 ‘돈키호테’와 ‘백조의 호수’ 개막 공연 등 중요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었다.

파리오페라발레단 최고무용수(에투알)로 활동 중인 발레리나 박세은(가운데)과 발랑틴 콜라상트(왼쪽), 발레리노 폴 마르코가 1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출산은 그의 춤을 크게 변화시켰다. “출산이 제 춤에 터닝포인트가 됐어요. 원래 고뇌하면서 춤을 추는데, 출산 이후엔 너무 피곤하니까 고뇌할 시간이 없는 거예요.” 그는 “즐겁고 신나게 춤을 추게 되면서 뭔가 편안해지고 저 스스로 춤을 즐기게 됐다”고 했다.

이번 내한 공연은 파리오페라 발레단의 방대한 레퍼토리 가운데 18개 핵심 작품을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나눠 선보이는 ‘발레 갈라’ 무대. ‘카르멘’과 ‘신데렐라’, ‘돈키호테’ 등 눈에 익은 작품들과 함께 국내선 접하기 어려운 중편들도 풀어낸다. 윌리엄 포사이스의 ‘정교함의 짜릿한 전율’(20·21일), 호세 마르티네스의 ‘내가 좋아하는’(23·24일)이 눈에 띈다. 박세은은 ‘마농의 이야기’ 중 침실 파드되, 빈사의 백조 솔로, ‘백조의 호수’ 중 흑조 파드트루아 등에 출연한다. 에이알디(ARD)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손정범과 다비드 포퍼 첼로 콩쿠르에서 우승한 첼리스트 백승연의 라이브 연주가 함께한다.

2011년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준단원으로 입단해 2021년 동양인으로는 처음 수석무용수(에투알)에 오른 발레리나 박세은. 예술의전당 제공

박세은이 캐스팅과 프로그램 구성을 전담했다. 발랑틴 콜라상트 등 6명의 에투알을 포함해 이 발레단 무용수 10명이 출연한다. 지난해 ‘지젤’ 내한공연 당시 이례적으로 에투알 승급이 발표돼 화제에 올랐던 무용수 기욤 디오프도 볼 수 있다. 박세은은 이날 간담회에도 참석한 수석무용수 폴 마르크를 가리키며 “발레단에서 체공 시간이 가장 길고 점프가 가장 높은 무용수”라고 소개했다.

2011년 준단원으로 입단한 박세은은 10년 만인 2021년 355년 역사의 파리오페라 발레단 최초의 동양인 에투알이 됐다. “저 자신에게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 편인데 에투알이 되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는 “이 타이틀을 달면서 ‘내가 넘어져도 에투알이지 뭐’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며 웃었다. 현재 이 발레단 에투알은 모두 16명이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세은이 동료 무용수들과 내한해 오는 20~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발레 갈라’ 공연을 펼친다. 예술의전당 제공

박세은 이후 준단원을 포함해 모두 6명의 한국인 무용수가 이 발레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성공 비결을 묻자, “그런 건 없다”면서도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할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후배들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서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각자에게 자신만의 타이밍이 올 거거든요.”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