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LS전선 기술유출 의혹' 경찰 수사 박차…핵심 쟁점은 '보안성'

최의종 2024. 7. 1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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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청,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 대한전선 압수수색

국내 전선업계 1·2위를 다투는 LS전선과 대한전선이 기술 유출 의혹을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LS전선 동해사업장 전경. /LS전선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국내 전선업계 1·2위를 다투는 LS전선과 대한전선이 기술 유출 의혹을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대한전선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측이 이 사건과 관련한 법적 조치를 예고하면서 갈등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17일 업계와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대한전선과 가운건축사무소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가운건축사무소 사무실을, 지난 11일 대한전선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수사는 고소·고발에 의해 시작(고소·고발 사건)되거나, 수사기관이 첩보 등을 통해 단서를 인지해 시작(인지 사건)된다. 경찰은 지난해 하반기 첩보 등을 입수해 혐의점을 인지하고 LS전선 관계자를 피해자 신분으로 부르며 입건 전 조사(내사)를 벌여 왔다.

경찰은 최근 가운건축사무소와 대한전선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정식 수사할 필요성을 느껴 입건했다. 지난달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며 강제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벌이며 사실관계를 파악할 전망이다. 통상 압수물 분석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이 갈등이 격화하는 배경으로 해저케이블 유망성이 꼽힌다. 글로벌 탈탄소 흐름 속에 해상풍력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해상풍력에 이용되는 해저케이블도 관심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가 급증하면서 전력 수요가 확대되는 점도 성장 요인이다.

해저케이블 선두 주자는 LS전선이다. LS전선은 지난 2008년 강원 동해시에 총 13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건설하고 이듬해부터 해저케이블을 양산했다. 당시 유럽과 일본 소수 업체가 과점하고 있었다. LS전선은 준공 후에도 시행착오를 거쳐 자체 기술을 정립했다.

LS전선 2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동해 사업장 가동률은 68.7%로,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늘었다. LS전선은 설비와 연구개발(R&D)에 약 1조원을 투자해 공장을 확장했다. 지난해 동해 사업장에 아시아 최대 HVDC(초고압직류송전)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이 준공됐다.

대한전선은 후발 주자다. 대한전선은 지난달 충남 당진 아산국가단지 고대지구에 해저케이블 1공장 1단계 건설을 완료했다. 1단계 공장은 해상풍력 내부망 해저케이블을 생산한다.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외부망 해저케이블 생산을 위한 2단계 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HVDC 해저케이블 생산을 위한 VCV(수직연속 압출가교장치) 설비를 갖춘 해저케이블 2공장 건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가운건축은 지난 2008~2023년 LS전선 해저케이블 공장(1~4동) 건축 설계를 맡았다가 이후 대한전선 당진공장 건설을 맡았다.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대한전선과 가운건축사무소를 수사하고 있다. 경기남부청 전경. /경기남부청

경찰은 대한전선이 가온건축을 통해 LS전선 해저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 등을 탈취한 것으로 의심한다. LS전선은 일반 공장과 달리 장조장, 고중량 케이블 생산·보관·이동 설비 배치에 대한 설계이기에 보안 사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LS전선은 대한전선이 가운건축에 먼저 연락해 여러 차례 설계를 요청했고 계약금액이 LS전선의 2배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LS전선은 다른 협력사도 같은 설비 제작 및 레이아웃을 위해 접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공장이 공정 순서대로 배치돼 레이아웃은 핵심 기술이 아니라고 밝혔다. 해저케이블 기술을 탈취하거나 활용한 바 없으며, LS전선이 대한전선의 시장 진입을 막고자 과도한 견제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가경쟁력 강화 및 해외 업체로부터 내수 시장 보호 등을 위해 민관이 협력해야 하고 경찰 수사에는 적극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을 바로 잡겠다며 기술 유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양측은 수사 결과에 따라 민형사상 모든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혐의 인정 여부에 따라 각 사는 상대방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 유출 수사 특성상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양사 갈등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양사 갈등이 장기화하면 대한전선 주장처럼 국가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해저케이블은 해상 변전소를 기준으로 내부망과 외부망으로 나뉘는데 현재 내부망은 양사가 경쟁하지만, 외부망은 LS전선만 경쟁력을 갖춘 상태다.

해저케이블 시장 중요성 등을 고려할 때 영업 비밀 침해가 법적으로 인정된다면 이에 따른 책임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결국 사건이 발생할 당시 해당 기술의 '보안성'과 '중요성'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기술이라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 헌 기술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당시에 보안성과 중요성 등을 수사기관이나 사법부가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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