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와 같은 처지… 무력감 커져 퇴직 고민”

인지현 기자 2024. 7. 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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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숨진 서이초 교사와 저는 함께 서울교대를 다녔고, 이후 서울 강남 초등학교로 발령돼 저연차에 1학년 담임을 맡기까지 닮은 점이 많았어요. 사망 소식을 듣고 몇 달간 과호흡과 공황장애 증상이 올 정도로 괴로웠는데, 그간 교육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퇴직을 고민 중입니다."

지난해 7월 18일 서이초 교사가 세상을 떠났지만 비슷한 처지의 서울 강남·서초 지역 초등학교 저연차 교사들은 1년이 지난 지금도 힘겹게 교단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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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직 1주기… ‘교권추락’ 여전
강남·서초지역 저연차 교사들
사건 이후 ‘정신적 고통’ 토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도 계속”
해당 지역 민원처리 고충 심각
전입교사보다 ‘전출교사’ 많아
빗속 추모… 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추모객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1년 전 숨진 서이초 교사와 저는 함께 서울교대를 다녔고, 이후 서울 강남 초등학교로 발령돼 저연차에 1학년 담임을 맡기까지 닮은 점이 많았어요. 사망 소식을 듣고 몇 달간 과호흡과 공황장애 증상이 올 정도로 괴로웠는데, 그간 교육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퇴직을 고민 중입니다.”

지난해 7월 18일 서이초 교사가 세상을 떠났지만 비슷한 처지의 서울 강남·서초 지역 초등학교 저연차 교사들은 1년이 지난 지금도 힘겹게 교단을 지키고 있다.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교육 당국과 정치권에서 잇단 교권 회복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탓에 교사들의 무력감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서이초 교사의 서울교대 선배로 같은 시기 학교를 다니다 2022년 강남 지역 초등학교에 부임했다는 20대 교사 A 씨도 마찬가지다. A 씨는 1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교사가 무차별적 민원·아동학대 신고의 대상이 되는 상황은 1년이 지난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며 “매년 반편성 때마다 소위 ‘뽑기’를 잘못하면 제2, 제3의 서이초 교사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간 누적된 교권 침해를 버티지 못한 교사들의 병가·휴직도 급증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제공한 ‘교권침해 피해 교원 조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피해 교원의 병가·휴직 건수는 929건으로, 2020년 94건의 9.9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교사 임용 후 첫 부임지로 서초 지역 초등학교에 발령받아 2년째 교직 생활 중인 20대 교사 B 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교육활동 중이다. 지난 3월부터 수업 중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는 문제 행동 아동 담임을 맡았다. B 씨는 ‘우리 아이는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학부모에게 강하게 치료를 권유했다가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교사로서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강남·서초 지역 교육청은 지난해 서울 내 11개 교육지원청에 접수된 민원 1만164건 중 2508건이 몰릴 정도로 교사들의 민원 처리 고충이 심한 지역이다. 이런 이유로 전출 교사가 전입 교사보다 많은 상황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고, 국회도 뒤이어 ‘교권 보호 5법’을 통과시켰지만 교육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해 9월 제정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는 교사가 문제 아동을 분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하지만 학교마다 분리 아동을 돌볼 공간 및 주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고, 매 교시 아동에게 분리조치를 반복해야 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문제 아동에 대해서도 학부모가 검사·치료를 거부하면 학교·교사가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정부는 교내 민원 창구를 단일화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많은 교사들이 하이톡 등의 메신저나 교실 직통 전화를 통해 학부모 연락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업무가 학교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됐지만 지원청별로 기준이 일관되지 않고,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호소도 나온다. 서이초 사건 직후 주춤하는 듯했던 교권 침해 사례도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접수된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상담’은 지난해 3∼6월 월평균 27건에서 서이초 사건 이후인 8∼12월에는 평균 16.8건으로 줄었다가 지난 3∼6월 19.8건으로 다시 늘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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