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도자는 얌체 되면 안돼”… 한동훈 “인신공격의 장 만드나”

■ 국힘 당권후보 4인 토론회
나경원 “법무장관 때 잘했나”
윤상현 “특검법은 대권 행보”
‘김여사 검찰조사’ 질문에 4명 모두 “필요”

모처럼 활짝 웃는 4명 국민의힘 당 대표에 도전하는 나경원(왼쪽 사진부터)·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에서 열린 라디오 방송토론회에서 발언을 하면서 웃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은 17일 진행된 4차 방송토론에서도 ‘얌체’ ‘몰상식’ 등의 표현을 써가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자폭·자해 전당대회’라는 비판을 불러온 이전 방송토론처럼 원색적 표현을 섞은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순직 해병 특별검사법, 총선 책임론 등을 놓고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 대 한동훈 후보의 구도가 형성됐다.

원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양천구 CBS에서 열린 4차 방송토론에서 한 후보를 향해 “총선 (패배) 책임도 안 지고 바로 다시 전당대회에 출마했다”며 “지도자는 얌체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한 후보는 “(원 후보가) 전대를 혼탁하게, 인신공격의 장으로 몰고 가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받아쳤다.

나 후보는 한 후보를 ‘외화내빈(겉은 화려하나 속은 텅 비어 있음)’이라고 평가하면서 “(한 후보의 법무부 장관 시절)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구속 기소하겠다고 했는데 체포영장이 기각된 것에 대해 책임을 느끼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한 후보는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법무부 장관이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말을 계속 반복한다”며 “아무리 정치라고 하더라도 좀 몰상식한 얘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후보가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부탁하신 적 있지 않은가”라며 “그런 식으로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는 없다”고 반격했다.

나 후보는 토론 후 페이스북을 통해 “패스트트랙 공소문제는 대한민국 법치주의과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정치의 사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했던 충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후보는 이마저도, 자기 정치 욕심을 위해 교묘하게 비틀고 있다”며 “이것이 당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의 모습인지, 자기를 위해 당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람의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순직 해병 특검법을 두고도 한 후보에게 공세가 집중됐다. 원 후보는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결과를 보고 그래도 (의혹이) 남는 혐의가 있으면, 수사 대상 혐의를 정하면 된다”며 “(순직 해병 특검법은) 민주당의 덫”이라고 했다. 윤 후보도 “(한 후보의 제3자 추천 특검법은) 당권을 위한 행보가 아닌 대권을 위한 행보”라고 비판했다. 이에 한 후보는 “수사 전문가로서 보기에 (공수처가) 너무 공격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며 “(공수처가) 특검보다도 훨씬 더 공격적인 결과를, 우리가 동의할 수 없는 그런 결과를 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반박했다.

원 후보는 ‘댓글팀’ 의혹도 재차 꺼냈다. 원 후보는 “(한 후보 댓글팀 의혹이) 사실이라면 김경수 전 경남지사처럼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을 수도 있는 그런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한 후보는 “양문석 민주당 의원의 주장에 동조하는 원 후보에 대해서 당심이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 필요성에는 4명의 후보 모두 “필요하다”고 했다. 전날 방송토론에서도 당 대표 후보들은 “김 여사가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한다”고 공통된 답변을 내놓았다.

한편 원 후보는 이날 가장 좋아하는 상대 후보로 한 후보를 꼽기도 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와) 일시 긴장관계에 있지만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일시(긴장관계) 맞는가’라는 사회자 질문에 “일시여야죠”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후보들은 젊은 시절 사진도 공개했다. 원 후보는 고등학교 시절 자취방에서 찍은 사진을, 한 후보는 20살 때 배낭 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을 각각 공개했다. 원 후보는 고등학생답게 까까머리를 하고 있고, 한 후보는 뒷머리를 길게 길렀다. 나 후보는 서울대 재학 때 후배들과 찍은 사진을, 윤 후보는 군 복무 시기 동료들과 찍은 사진을 각각 가져왔다.

윤정선·김보름·염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