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싼 주식? 실적 보여줄게"…76% 뛴 이 회사, "더 오른다"
조선업 주가가 업황 호황과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 수혜주로 돈이 몰리는 현상) 효과에 힘입어 연일 강세다.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주요 대형주들이 신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조선업의 장기 호황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7일 오전 11시45분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HD현대중공업은 전일 대비 6900원(4.12%) 오른 17만4400원에 거래됐다. 장 중 최고 17만4800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 신기록을 썼다. 최근 3거래일 연속 52주 신고가다.
시가총액 약 15조4000억원으로 조선업 대장주인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저점이었던 지난 2월 이후 주가가 약 60% 가량 반등했다. 대장주를 따라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다른 조선주 역시 일제히 반등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날 현재 2%대 상승 중이다. 올해 1월 저점 대비로는 약 76% 오른 가격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최고 1만1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한화오션도 3%대 강세다.
조선기자재 업체들의 주가도 강세다. HD현대마린솔루션과 STX중공업은 13%대 강세다. 성광벤드, 태광, 현대힘스, 한화엔진 등은 7~9%대 오르고 있다.
올해 조선주 강세의 배경으로는 견조한 업황이 꼽힌다. 홍해 사태(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 사태) 장기화로 해상운임의 강세가 지속되면서 해운사들의 선박 수요가 높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전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이 내년 해체되면서 빅2로 꼽히는 MSC와 머스크(Maersk)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점도 대규모 선박 발주를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친환경 선박 전환과 노후선박 교체 수요도 여전하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2023년 대규모 컨테이너선 발주로 인한 수주잔고 급증으로 올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예상을 깨고 나쁘지 않은 수준의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8000TEU(1TEU=컨테이너 1개) 이상 컨테이너선 발주는 41척으로 이런 기세대로라면 발주 초호황이었던 2021~2023년을 제외하면 2016년 이후 가장 좋은 수준의 연간 수주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살아남은 업체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완성기에 진입하면서 적은 양의 선박을 더 적은 기업들이 만드는 상황이 됐다"며 "조선업체들의 수주잔고는 늘어나고 살아남은 기자재 업체들의 설비 가동률은 상중 중"이라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로 인해 조선업이 주목을 받는다. 지난 13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사건 이후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급등하면서 관련 수혜주로 관심이 쏠린다. 전통 에너지 산업과 건설 등 인프라 관련주가 수혜주로 거론되는데 조선업도 그 중 하나다.
트럼프는 미국 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저렴한 에너지 사용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녹색 전환 정책을 폐기하고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화석 연료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화석 연료 투자가 확대될 경우 LNG선 발주가 추가 확대 되면서 조선업 호황이 보다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시 화석 연료 투자 확대가 기대된다"며 "LPG선 호황과 암모니아선 조기 투자로 수주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영증권은 HD한국조선해양의 목표주가를 기존 19만원에서 26만원으로 상향하면서 업종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삼성중공업 등 업종 내 다른 종목들의 목표주가도 일제히 상향했다. 기자재 업체 중에서는 성광벤드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엄경아 연구원은 "HD한국조선해양은 만년 싼 주식일 필요가 없는 실적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며 "2분기에 완전한 턴어라운드(반등)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은 HD현대중공업을 업종 최선호주로 제시하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16만원에서 18만5000원으로 상향했다. 이동헌 연구원은 "조선업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며 "실적 성장 국면 진입과 시황 호조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일제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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