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이후 적반하장 황당! 황희찬 “인종차별 용납할 수 없다, 동료들 감사” 강경 입장 밝혀

“인종차별은 스포츠와 삶의 모든 측면에서 용납할 수 없다”

가해자가 인종차별 이후 적반하장의 황당한 반응을 보이자 피해자인 황희찬(28, 울버햄튼)이 강경한 입장을 밝히며 일침을 가했다.

새 시즌을 위해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황희찬이 프리시즌 도중 상대 선수에게 인종차별을 당하는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다. 16일(한국시간) 황희찬은 울버햄튼의 첫 프리시즌 일정을 소화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 승격한 코모1907과의 경기에서 후반전 교체 출전해 45분을 소화했다.

황희찬. 사진=ⓒAFPBBNews = News1

경기는 울버햄튼이 후반 61분 라이얀 아이트 누리의 프리킥을 맷 도허티가 결승골로 연결하며 1-0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문제는 경기 도중 벌어졌다. 코모1907의 수비수 가운데 한 명이 황희찬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황희찬이 이를 주심에게 알렸고 주변에 있던 울버햄튼 선수들이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며 항의하기도 했다. 그중 황희찬의 동료 다니엘 포덴세가 해당 선수를 주먹으로 가격해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종차별을 한 선수는 남은 시간 경기를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에 대해 황희찬은 17일 “인종차별은 스포츠와 삶의 모든 측면에서 용납할 수 없다”라며 강력하게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황희찬은 “사건이 일어난 후, 코칭 스태프와 팀 동료들은 필요하다면 나와 함께 경기장을 떠날 것이라고 즉시 말했고, 계속해서 내 안부를 확인했다”라며 “다시 한번 팀 동료들에게 매우 감사하다”라며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황희찬-게리 오닐 감독. 사진=ⓒAFPBBNews = News1

실제 당일 경기 종료 후 게리 오닐 울버햄튼 감독도 분노를 보였다. 오닐 감독은 “차니가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다. 정말로 나쁜 일이다. 차니와 이번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휴식을 권했지만, 그는 팀에 더 도움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과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말로 안타깝다. 이런 일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닐 감독은 “너무나도 실망스럽다. 오히려 차니가 팀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나아가길 원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현재 그의 상태는 괜찮다. 우리는 전적으로 그를 지원하며 내일 아침 다시 한번 그와 대화를 나눌 것이다”라며 “우리는 이번 주 좋은 일주일을 보냈다. 다시 한번 우리가 힘을 써서 논의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전했다.

황희찬 역시 입장문을 통해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해서 경기를 하고 싶었고 우리는 경기장에서 해야 할 일을 했다”며 의연하게 경기를 마친 이유에 대해 전했다.

끝으로 황희찬은 “마지막으로 지지 메시지를 보내주신 모든분께 감사드린다”며 입장문을 마무리했다.

황희찬 인종차별을 알린 울버햄튼. 사진=울버햄튼 공식 SNS

사건 직후 실제 울버햄튼 또한 황희찬을 강하게 지지했다. 울버햄튼은 오닐 감독의 인터뷰를 공개하면서 “어떤 형태의 차별을 용납할 수 없다.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구단은 이번 일을 유럽축구연맹(UEFA)에 공식적으로 항의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코모1907은 마치 황희찬이 문제를 키웠다는 내용의 적반하장 식의 해명문을 내놓아 공분을 샀다. 16일 코모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남긴 선수와 이야기를 나눴고, 별문제가 없다는 식의 변명과 함께 울버햄튼이 ‘과민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황희친 인종차별에 대한 코모1907의 공식 입장문. 사진 =코모1907 공식 SNS

코모 구단은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우리 구단은 인종차별을 용납하지 않으며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을 절대적으로 비난한다”라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해당 문제를 두고 변호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해당 선수는 ‘그를 신경 쓰지마라, 그는 자신이 채키 찬(성룡)인 줄 안다’는 말을 했을 뿐이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은 경기를 통해 울버햄튼 선수들이 황희찬을 향해 ‘Channy(차니·황희찬 애칭)’라고 부르는 것을 알았다. 절대 우리 구단의 선수들은 의도적으로 그를 폄하하기 위해 말을 내뱉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코모는 “일부 울버햄튼 선수들이 너무 과민하게 반응해 실망스럽다”라고 오히려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

코모의 입장문 발표에도 불구하고 비난 여론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코모 측이 발언의 심각성이나 내용의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구단 선수만 감싸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 오히려 가해자가 피해자의 태도를 공격하는 가장 큰 문제를 저지르기도 했다.

황희찬과 울버햄튼 선수들. 사진=ⓒAFPBBNews = News1

실제로 황희찬을 향해 ‘자신이 재키찬 인줄 아는가 보다’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는 걸 코모 측도 인정한 상황이다. ‘그저 말을 했을 뿐’이라는 코모의 입장과 달리 이는 명백한 인종차별성 발언이다.

아시아인이며 한국인인 황희찬을 중화권의 슈퍼스타인 재키 찬(성룡)에 비유하는 것은 특정한 인종을 대표하는 어떤 인물을 지칭해 상대를 비꼬는 의도에 가깝다. 동양인을 대상으로 눈을 찢는다거나 ‘얼굴을 구분할 수 없다’며 지칭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개인의 특성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시각에서 하나의 인종이나 사람을 묘사하고 표현하는 것은 폭력적인 시각이다.

전형적인 인종차별 행위를 저지르고도 오히려 동료를 감싼 울버햄튼 선수를 지적하는 적반하장의 입장에 결국 황희찬도 단호한 견해를 밝힌 셈이다.

지난달 토트넘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자국 우루과이 한 방송에 출연해 손흥민의 유니폼을 요구한 방송 진행자에게 “손흥민의 사촌 유니폼은 어떤가, 그들은 모두 비슷하게 생겼다”라고 말하며 홍역을 앓은 바 있다.

황희찬과 페드로 네투. 사진=ⓒAFPBBNews = News1

당시에도 벤탄쿠르는 농담이라고 수습했지만 논란을 낳으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에 벤탄쿠르는 두 번의 사과문을 게시했고, 손흥민 또한 자신의 SNS를 통해 입장을 밝힌 일이 있었다.

황희찬을 둘러싼 인종차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23시즌을 앞둔 프리시즌에도 유사한 일이 일어났다. 당시 포르투갈의 파렌세와 친선 경기에서 파렌세 팬들이 울버햄튼 선수들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고, 그 과정에서 황희찬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내뱉었다.

당시에도 황희찬은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문을 내놓았는데 또 다시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됐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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