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사전청약 취소' 사태, 가양동 CJ부지 불똥 튀나

김진수 2024. 7. 1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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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운정3 3·4블록 시행사, 사업 취소
1·2·5·6블록도 취소 우려…사전청약 당첨자 반발
인창개발, 중도금 연체…"브릿지론 없이 사업"
1조원대 가양동 CJ부지 매입 후 자금사정 악화
인창개발·현대건설 "4분기 착공 목표"

최근 파주 운정3지구 주상복합 3·4블록 사업이 취소되면서 인접한 1·2·5·6블록 사업에도 '노란불'이 켜졌다. 3년 전 부지를 매입한 한 시행사가 중도금을 내지 않고 있어서다. 사전청약을 받은 지 2년이 지났는데 감감무소식이라 당첨자들의 불안감도 커져 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파주 운정3 1·2·5·6블록 시행사가 대규모로 투자한 서울 강서구 가양동 CJ공장 부지 개발사업도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회사는 잇따른 영업손실과 막대한 이자비용으로 인해 기업 존속 여부에 불확실성이 있다는 감사의견도 받았다. 다만 사업 취소와 관련해 시행사와 시공사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파주시 운정3지구 일대 /사진=김진수 기자

1·2·5·6블록도 좌초?…인창개발 "사업 중단 안 해"

경기 파주 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3·4블록 사업 시행사인 DS네트웍스는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4550억원에 부지를 매입했다. 이듬해엔 804가구에 대해 사전청약도 실시했다. 올해 4월 사업계획승인까지 받았지만 사업성 저하로 시공사를 찾지 못했다. 결국 계약금 납부 이후 중도금을 6개월 이상 연체해 이달 LH로부터 토지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시행사는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최초 안내와 같이 본청약을 진행하고자 했으나 불가피한 이유로 사업 취소를 안내 드린다"고 공지했다. 당첨자 지위와 본청약 기회를 날린 피해자들은 지난 11일 LH 파주사업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구제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관련기사: 문자 한 통에 '내 집 마련' 물거품…사전청약 당첨자들 뿔났다(7월12일)

피해자 모임엔 3·4블록 외 1·2·5·6블록 사전청약 당첨자도 포함됐다. 사업 취소 통보를 받은 건 아니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다. 두 곳 모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공공택지인데 최근 고금리와 높은 공사비가 변수로 떠오르면서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1·2·5·6블록의 사전청약 규모는 1314가구였다.

파주 운정3지구 사전청약 당첨자 A씨는 "시행사가 중도금을 계속 연체하고 있어 사업을 포기하려는 것 아니냐고 다들 염려하고 있다"며 "이 시행사의 가양동 CJ 부지 땅값까지 4조원인데 두 사업을 진행할 자금이 있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11일 오후 경기 파주시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파주사업본부 앞에 파주 운정3지구 주상복합 사전청약 당첨자 40여 명이 모였다. /사진=김진수 기자

경기 파주 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1·2·5·6블록 사업 시행사인 인창개발은 2021년 LH로부터 해당 부지를 7523억원에 매입하기로 계약했다. 인창개발이 매입한 업무복합용지 1곳(3028억원)과 계열사인 포르스건설이 사들인 일반상업용지 4곳(8776억원)까지 더하면 총 1조9327억원 규모다.

LH가 9개 부지를 매각할 때 제시한 공급예정금액은 총 1조624억원이었다. 하지만 인창개발은 이보다 82%가량 많이 주고 산 셈이다.

인창개발 측은 "3·4블록 이슈와는 무관하다"며 "사업 의지를 갖고 시공사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중도금 연체 사유와 관련해선 "고금리로 인해 브릿지론을 이용하지 않고 시공사를 선정해 바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사업을 중단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강서 가양 CJ공장부지 위치도 /그래픽=비즈워치

"기업 존속에 의문" 감사의견…부지 매각 "사실무근"

인창개발이 파주 운정 사업에 대한 위기론을 잠재우고 있지만 회사의 자금 사정이 열악하다는 점이 뇌관이다. 이 불씨가 가양동 CJ부지 개발까지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기사: '제2의 코엑스' 꿈꾸는 가양동 CJ부지…PF가 관건(1월12일)

가양동 CJ 부지 개발은 총 사업비 4조원 규모로, 9호선 양천향교역 인근 9만3683㎡ 부지에 업무·판매·지식산업센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인창개발은 2020년 2월 현대건설과 손을 잡고 이 부지를 1조501억원에 취득했다. 토지 매입 비용과 초기 사업비 명목으로 일으킨 브릿지론은 약 1조6000억원 규모다.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 CJ 공장 부지 /사진=김진수 기자

하지만 인허가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빌린 돈에 대한 이자만 매년 불어났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인창개발이 토지 매입을 위해 일으킨 차입금의 이자는 지난해 1116억원에 달했다. 2020년 254억원에서 261억원, 781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인창개발은 지난해 577억원의 영업손실과 29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작년말 기준 3981억원의 누적 결손금으로 인해 총부채가 총자산을 3978억원 초과하고 있으며,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1조8559억원 초과하고 있다.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정현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안정적인 영업이익 달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회사는 가양동 부지 등에 분양사업 및 보유 토지의 매각을 통한 자금조달 계획과 이자율 개선작업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계속기업에 대한 불확실성' 지적이 나온 건 2022년도 감사보고서부터다.

하지만 인창개발은 부지 매각 검토설에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인창개발에 따르면 CJ 부지는 현재 착공 직전 단계로 안전관리계획 등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부지 내 건축물 철거에 이어 현재는 오염토 정화 작업 중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4분기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사업이 지연되면서 브릿지론을 연장해 금융비용이 증가한 건 사실이지만 유동성 문제로 사업을 포기할 정도는 절대 아니다"라며 "인허가 절차가 막바지 조율 중인데 마무리되는 대로 4분기 착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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