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실책'에 "데미지 있었다" 고백→롯데 살려낸 결승타로 만회, "감독님 실망 안 시킬 것" 다짐

[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롯데 박승욱이 16일 울산 두산전에서 7회 말 1타점 2루타를 터트린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지난 주 악몽의 주말을 보냈던 박승욱(32·롯데 자이언츠)이 이번에는 팀을 살려낸 결정적인 안타를 터트렸다.

박승욱은 16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팀의 8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초·중반만 해도 박승욱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두산 선발 최원준을 상대로 2회 말 1사 1루에서 등장한 그는 좌익수 플라이로 아웃되면서 물러났다. 이어 5회 말에도 선두타자로 나왔지만, 이번에도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하지만 박승욱은 딱 한 번 찾아온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0-0으로 맞서던 7회 말, 롯데는 선두타자 전준우가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에 두산은 투수를 좌완 이병헌으로 바꿨지만, 황성빈의 희생번트에 이어 대타 정훈이 볼넷으로 출루해 1사 1, 2루가 됐다.

왼손 투수가 마운드에 있었지만 롯데 벤치는 박승욱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이는 제대로 적중했다. 볼카운트 1-1에서 그는 3구째 패스트볼을 밀어쳤다. 타구는 3루수 키를 넘어가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가 됐다. 2루 주자 전준우가 홈을 밟으면서 0의 균형이 깨졌다.

박승욱은 다음 타자 손성빈 타석에 대타로 나온 최항의 2타점 적시타 때 홈을 밟아 득점까지 추가했다. 그의 활약 속에 롯데는 7회에만 3점을 올리며 4-0으로 승리를 거뒀다. 박승욱은 이날 4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으로 경기를 마감했다.

롯데 박승욱이 16일 울산 두산전에서 7회 말 최항의 적시타 때 득점한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수비에서도 박승욱은 깔끔한 모습을 보여줬다. 4회 초 양의지의 3-유간 깊은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 외야 잔디에서 1루로 정확한 송구를 보여주며 이닝의 문을 닫았다. 8회 초에는 강승호의 땅볼이 비에 젖은 그라운드 때문에 애매한 바운드로 갔지만, 이 역시 잘 처리해냈다. '

경기 후 만난 박승욱은 "오늘 찰리 반즈 선수가 너무 잘 던져줬는데 타자들이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야수들끼리 '한 점이라도 일단 내자'고 말했던 게 좋았다. 또 (전)준우 형이랑 (정)훈이 형이 출루를 해줘 집중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맞았을 때) 잡히는 줄 알고 아차 싶었는데 빠져서 좋았다"고 미소지었다.

박승욱이 상대했던 이병헌은 볼 빠른 좌완투수로, 좌타자가 상대하기는 까다로웠다. 그는 "이병헌 선수가 실투를 던진 것 같은데, 이를 안 놓친 게 좋은 타구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박승욱은 지난 주말(12~13일) KT 위즈와 홈 시리즈에서 악몽을 경험했다. 첫날(12일)에는 9회 초 박민석의 도루 시도 때 포수 손성빈의 송구를 제대로 받지 못해 2루를 내줬다. 이어진 1사 2루에서는 배정대의 땅볼을 처리하지 못해 1, 3루가 됐고, 멜 로하스 주니어의 희생플라이로 롯데는 결승점을 헌납했다.

롯데 박승욱이 12일 사직 KT전에서 9회 초 포수 송구를 제대로 받지 못하며 실책을 저지르고 있다.

다음날에도 박승욱은 0-1로 뒤지던 5회 말 1사 2, 3루에서 우익수 옆으로 향하는 2타점 역전타를 기록했는데, 이때 2루까지 향하다 우익수 로하스의 송구에 걸려 아웃되고 말았다. 찬스를 이어가지 못한 롯데는 결국 3-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많이 아쉽다"고 털어놓은 박승욱은 "일단 경기를 지면 모든 게 다 아쉽다. 경기를 이겼으면 모든 게 좋게 마무리됐을 텐데 졌으니까 많이 아쉬웠다"고도 했다. 또 그는 "실책이 어떤 타이밍에 하느냐가 다른데, 점수로 연결되면 아무래도 투수나 팀원들에게 미안하기 때문에 데미지가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박승욱은 "그때 그 순간에는 마음의 짐이 있었는데, 다음 경기에서 하면 되니까, 팀이 이기면 되니까 그런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는 김태형(57) 롯데 감독의 믿음도 한몫했다. 박승욱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확실한 자기 자리가 없는 '슈퍼 백업'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박승욱을 주전 2루수로 낙점했고, 5월부터는 유격수 자리에 고정시키며 믿음을 줬다. 그는 5월에만 0.344(64타수 22안타)의 타율로 맹타를 휘둘렀고, 6월에도 0.302를 기록했다.

박승욱은 김 감독에게 "많이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 부분에 대해 실망시키지 않도록 나름대로 준비를 착실하게 하려고 한다"며 "경기장에 나가서 더 집중해서 플레이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백업으로 나가면 기회는 한번 뿐인데, 스타팅으로 나가면 세 번, 네 번 있기 때문에 큰 차이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롯데 박승욱이 16일 울산 두산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