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자 자본과 中 벤처, 20년 밀월 막 내리나

2023년 VC 외국 자본, 2021년의 10%인 37억 달러
미 당국의 중 투자 감시 강화 등 미중 갈등 영향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 투자자와 중국 스타트업 업체간 20년 간 지속된 ‘결혼’이 끝나 중국의 벤처 캐피털(VC) 산업 지형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태평양을 오가며 한 세대 동안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달러 자금을 조달했던 중국의 중개인들이 지난 10년 동안 중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술 기업의 부상을 촉진했지만 이제는 자금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사업체 디얼로직에 따르면 중국 VC 산업의 외국 자본은 2023년 전년 대비 60% 급락한 37억 달러에 그쳤다. 이는 2021년 최고치의 10%에 불과하다.

뉴욕대 법학과 윈스턴 마 교수는 “(투자 자본과 스타트업 기업간) 순환이 끊어졌고 분열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투자자들은 중국 스타트업이 신규 주식공모(IPO)를 추진했을 때 큰 수익을 거두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상황이 달라졌다.

2021년 중국의 공유 자동차 앱 디디추싱이 뉴욕 증시에 상장할 때 사이버 보안 조사를 시작한 이후 더욱 투자 전망이 어두운 것이 분명해졌다. 디디추싱은 결국 상장을 폐지하고 12억 달러의 벌금을 냈다.

틱톡 소유업체 바이트댄스와 패션 대기업 쉬인 등 중국에서 가장 성공적이라는 유니콘(자산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한 국제 투자자들은 IPO 계획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여전히 현금화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쉬인은 뉴욕 증시의 규제기관으로부터 거부를 당한 뒤 런던에서 상장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역시 규제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미국은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을 포함한 특정 부문에 대한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투자회사인 GGV 캐피널, GSR 벤처스, 퀄컴 벤처스, 월든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민감한 기술 분야에서 중국과 거래한 것과 관련 의회 위원회의 조사를 받았다.

이런 상황은 20년 전 글로벌 투자자들이 수익을 찾아 중국으로 몰려들던 때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고비 벤처스의 공동 창립자 토머스 타오에 따르면 2004년 실리콘밸리 뱅크는 세콰이아 캐피털 창립자 도널드 발렌틴 등 25명의 투자자를 데리고 중국에 왔다.

그 후 몇 년간 세쿼이아와 다른 많은 벤처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인터넷 거대 기업의 부상을 지원했다.

세쿼이아는 1200개가 넘는 중국 스타트업에 투자했는데 2023년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중국 사업을 독립 법인인 홍산으로 분리할 때까지 중국 사업을 운영했다.

중국의 VC 산업에서 민간 자본이 줄어들면서 지방 정부와 국유기업이 뛰어들어 주요 참여자가 되는 등 기업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SCMP는 분석했다.

중국내 리서치 회사 ‘제로2 IPO’에 따르면 2023년까지 소위 정부 지도 기금 2086개가 설립됐다. 목표 규모는 12.2조 위안(약 2363조 원)으로 약 7.13조 위안의 약정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 주도 자본의 후퇴와 일반적으로 위험 회피적이고 자국 관할권에 대한 투자를 우선시하는 국가 지원 펀드의 확대는 중국 벤처 캐피털 산업의 미래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0년 설립된 중국 CEC 캐피털의 창립 파트너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왕란은 최근 연설에서 손실에 대한 허용 범위가 낮은 정부 자금이 주도하면서 중국의 주요 자본 시장이 ‘죽었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상하이의 한 중국 벤처기업 임원은 많은 회사가 국유 투자자의 스타일을 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변화가 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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