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컴 효과’ 톡톡히 본 KT 벤자민 “투구는 빨라지고 상대 타자가 준비할 시간은 줄어든다”[스경X인터뷰]
KT는 피치컴(투수와 포수 사이의 사인 교환 장비)을 KBO리그에서 가장 먼저 사용한 팀이다. 장비가 10개 구단에 지급된 첫날인 지난 16일 키움전에서 투수와 포수를 포함한 5명의 선수가 피치컴 장비를 착용하고 그라운드에 올랐다. 그 배경에는 피치컴 유경험자인 웨스 벤자민(31)의 적극적인 어필이 있었다.
벤자민의 투구는 속전속결이었다. 포수 장성우(34)가 오른쪽 무릎보호대 위쪽에 착용한 피치컴 수신기로 투구 사인을 보내면 벤자민이 투수 모자에 부착된 수신기를 통해 사인을 듣고 공을 던졌다. 2루수 오윤석·유격수 김상수·중견수 배정대도 수신기를 착용하고 투구 사인을 공유받았다. 벤자민뿐 아니라 뒤이어 투입된 불펜 투수들도 피치컴 수신기를 착용했다.
피치컴 시스템이 도입됐지만 사용이 의무사항은 아닌 만큼 각 구단은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새로운 장비가 익숙한 경기 환경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강철 KT 감독이 ‘피치컴 실험’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던 건 벤자민의 자신감 때문이었다. 이 감독은 전날 경기 전 “피치컴 사용법을 아직 정확히 모른다”라면서도 “벤자민이 본인은 트리플에이(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피치컴을 사용해 봤다며 할 수 있다고 코치진에게 이야기했다더라”라고 말했다. 벤자민은 이날 경기 전 불펜에서 피치컴 테스트를 한 뒤 착용을 확정했다.
피치컴의 힘이었을까, 벤자민은 이날 6.1이닝을 5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장성우가 상대 타자에게 보이지 않도록 송신기를 글러브로 가리고 버튼을 누르면 사인을 전달받은 벤자민이 즉각 공을 던졌다. 투구 사인은 ‘패스트볼’ ‘슬라이더’ 등 직관적인 음성으로 수신됐다.
KBO리그에서 피치컴을 사용한 첫 투수가 된 벤자민은 이날 경기 후 “피치컴 덕분에 투구 템포를 빠르게 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세트 포지션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뭘 던져야 할지 (장)성우 형이 피치컴을 통해 사인을 주기 때문에 빨리빨리 투구 준비를 할 수 있다”라며 “그만큼 타자는 준비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타자를 불리하게 만들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벤자민은 “투수가 주자에게 신경을 많이 안 쓰고 타자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게 피치컴의 장점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것 같다”라며 “나와 호흡을 많이 안 맞춰 본 포수와 함께 경기하게 될 때에는 내가 직접 송신기를 착용하고 사인을 보내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송신기 때문에 모자가 튀어나와서 웃겨 보일 수 있지만 그것 빼고는 다 괜찮았다”라며 피치컴 착용 후기를 전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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