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갈등 봉합?···中-필리핀 정상 '핫라인' 개설 합의

해양경비대 간 협력 강화와 학계 해양포럼도 개최

남중국해 분쟁 해역인 세컨드 토마스 암초 인근에서 지난 6월 17일 중국 해안경비대원들과 필리핀 해안경비대원들이 충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서울경제]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의 충돌을 막기 위해 양국 정상 간 직통 핫라인을 개설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정은 양국 간 소통 창구를 마련해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서의 충돌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는 것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과 필리핀 양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간에 핫라인 개설에 합의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AP통신을 인용해 17일 보도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 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천샤오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테레사 라자로 필리핀 외교 차관이 참석한 회담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해양경비대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와 함께 학계의 해양포럼 개최에 대해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필리핀 외교부는 마닐라 회담 이후 성명을 통해 "양측은 신뢰를 회복하고 신뢰를 재건하며 생산적인 대화와 교류에 도움이 되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며 "각자의 입장을 침해하지 않고 긴장을 완화하겠다는 약속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양국 협정문은 필리핀과 중국 간 소통을 위한 여러 채널, 특히 해양 문제에 대한 여러 채널이 양국 지도자가 지명하는 대표를 통해 제공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이번 합의에도 양측은 상당 부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1월 마르코스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당시 비상 실무 차원의 핫라인 개설이 합의됐으나 같은 해 8월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에서 양국 간 충돌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핫라인이 가동되지 않았다.

양측은 오랜기간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남해 9단선'(南海九段線)을 긋고 이 안의 약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에 필리핀은 강력히 저항해왔다. 중국은 지난해 8월부터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인근에서 필리핀 보급선을 상대로 물대포를 발사하고 선박 충돌로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