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울 게 많다" 6주 임시직 꼬리표 떼고 '정규직' 눈앞…벌써 160km 영건의 모델이 됐다
[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2년 차 영건 김서현(20)은 요즘 외국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28)와 경기 전 캐치볼 파트너로 공을 주고받는다. 트랙맨 기준으로 최고 시속 160km까지 던진 김서현은 와이스와 닮은 구석이 꽤 있다. 같은 장신의 우완 강속구 투수로 팔 각도가 다소 낮은 점이 비슷하다.
2군에 있을 때부터 와이스를 눈여겨본 김서현은 지난달 30일 1군에 올라온 뒤 와이스에게 다가가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고 있다. 그는 “최근에 와이스와 캐치볼을 같이 하고 있는데 나랑 팔 스로잉이 비슷해서 배울 게 많다. 빠른 볼 투수인데도 변화구가 좋다. 투심성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뺏으려고 한다. 와이스가 잘 가르쳐줘서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영건의 새로운 모델이 될 만큼 와이스는 KBO리그에 빠르게 안착했다. 지난달 17일 팔꿈치 통증으로 재활 선수 명단에 오른 리카르도 산체스의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화와 6주간 총액 10만 달러(계약금 1만2000달러, 연봉 4만8000달러, 인센티브 4만 달러)에 계약할 때만 해도 이 정도로 활약할 줄은 누구도 몰랐다.
메이저리그 통산 22승을 거둔 팀 동료 하이메 바리아와 달리 와이스는 빅리그 경력이 없다. 최근까지 미국 독립리그에서 던질 정도로 커리어가 눈에 띄지 않는 선수였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은 와이스의 간절함을 눈여겨봤다. 김경문 감독은 “스카우트 눈에 띄어 (몸값을) 많이 받고 온 선수가 있는 반면 눈에 닿지 않은 선수도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가 왔으니 나도 도움을 주고 싶다”며 “승리를 많이 하면 좋겠지만 그보다 로테이션을 돌면서 이닝을 길게 끌어주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25일 대전 두산전에서 6이닝 4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와이스는 14일 대전 LG전까지 4경기 연속 6이닝 이상 던지며 김경문 감독이 기대한 이닝 소화 능력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9일 고척 키움전에선 7이닝까지 5피안타 2볼넷 1사구 6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 투구를 펼쳤다. 2일 대전 KT전(6이닝 5피안타 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3실점) 포함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긴 이닝을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투구 내용 면에서도 우수하다. 4경기에서 25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20으로 막고 있다. 삼진 25개를 잡으며 볼넷은 8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탈삼진과 볼넷 비율이 이상적이고, 피안타율(.237)도 낮아 안정적이다.
지난 14일 대전 LG전에선 6⅓이닝 9피안타 2볼넷 7탈삼진 5실점으로 첫 패전을 안았다. 7회 무사 1루에서 내야진이 방심한 사이 박해민에게 2루 도루를 내주고, 불펜이 추가 실점하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아 4점을 내줬지만 6회까지는 1점으로 잘 막았다.
이날 와이스는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52km, 평균 150km 직구(43개)를 비롯해 커브(28개), 슬라이더(18개), 스위퍼(5개), 체인지업(3개) 등 5가지 구종을 고르게 섞어 던졌다. 빠른 공에도 제구가 흔들리지 않았고, 결정구 너클 커브로 ABS 상단을 공략하며 타자들의 허를 찔렀다. 우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휘는 슬라이더, 스위퍼도 배트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어느덧 계약하고 나서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4경기로 모든 판단을 할 수 없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기대 이상이고, 앞으로를 계속해서 기대할 만한 퍼포먼스다. 이제 와이스의 계약 기간은 2주 남았고, 일정상 2경기 추가 등판이 예상된다.
향후 두 번의 등판에서 크게 무너지지 않는 이상 와이스는 ‘임시직’ 꼬리표를 떼고 남은 시즌 ‘정규직’으로 전환돼 한화와 동행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투구 기술과 내용도 좋지만 위기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멘탈도 내부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 재활 중인 산체스도 부상 회복이 더뎌 복귀 시점이 불투명하다. 성적상으로도 와이스가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어 한화로선 산체스에게 굳이 미련을 두지 않아도 될 상황이 됐다. 4경기 만에 가치를 증명한 와이스가 한화의 고민을 덜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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