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곳 메워도, 내겐 축복입니다”

김하진 기자 2024. 7. 17. 10: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롯데에 꼭 필요한 ‘조연’…정훈이 사는 법
롯데 정훈이 지난 4월 19일 KT전에서 역전 적시타를 치고 1루로 향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내야에 때론 외야까지 소화
팀에서 가장 바쁜 선수


주 포지션 없어 자존심 상처?
베테랑 입장에선 감사할 일


올시즌이 FA 마지막 해
눈치 볼 시간없이 죽기 살기로


올시즌 롯데에서 가장 바쁜 선수 중 한 명을 꼽으라면 정훈(37·롯데)일 것이다.

정훈은 거의 전 포지션을 소화한다. 1루, 2루, 3루는 물론 외야 수비까지 가능하다. 그는 우스갯 소리로 “포수 빼고 다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시즌 개막 때까지만해도 정훈의 역할은 1루 백업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을 펼쳤다가 나승엽이 1루 주전을 꿰찼고 정훈이 뒤를 받치는 역할로 정해졌다. 그러다 팀 사정상 내야에 빈 부분이 생겼고 정훈이 어느 포지션이든 채우게 되면서 어떤 자리에도 나설 수 있게 됐다. 정훈은 “우연치 않게 1루 말고 다른 포지션에서 나가게 됐고 좀 불안하더라도 실책을 안 하니까 그 이후로 한번씩 나가게 되는 것같다”고 말했다.

2루수로 출전을 할 때에는 기분이 이상했다. 2010년 롯데에 입단했던 정훈은 조성환(현 두산 코치)이 은퇴한 이후 그의 뒤를 이을 2루수로 주목 받았다. 그러다 기회를 잡기 위해 외야 수비까지 소화하며 돌고 돌았던 시간들이 있었다. 정훈은 “2루수로 나갔을 때에는 약간 감정이 북받치더라”고 돌이켰다.

어쨌든 정훈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며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올해 58경기 타율 0.254 7홈런 28타점 등을 기록했다.

정훈은 팀 내에서 주장 전준우 다음으로 가장 연차가 높은 베테랑이다. 그런데 주전이 아닌 여러 포지션을 돌아다니는 게 고참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나의 주 포지션이 아닌 다른 곳도 내준다는 건 고마운 일”이라며 “백업으로 경기를 나가고 있는 사람이 여러 포지션을 나가는건 베테랑으로서는 감사해야할 일이다. 부득이하게 나가는 일도 있지만 필요해서 나가는 것이기에 더욱더 고마움을 느낀다. 보답해야한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훈은 김태형 롯데 감독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다. 김태형 감독은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지난달 23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정훈과 감독의 번트 사인이 엇갈렸는데 오해가 풀린 뒤에는 더그아웃에서 웃음을 주고 받았다. 이 장면이 팬들 사이에서는 화제가 됐다.

정훈은 “나도 사실은 감독님이 어렵다”라면서도 “그런데 나는 자유계약선수(FA) 계약 마지막 해이기 때문에 무서워할 시간이 없다. 눈치볼 시간도 없고 나는 죽기 살기로 해야된다”라고 말했다. 정훈은 2021시즌을 마치고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고 당시 3년 총액 18억원이라는 조건에 도장을 찍었다.

이런 상황을 넘어서 정훈은 개인적으로 카리스마 있는 사람들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는 “기가 세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을 좀 좋아한다”고 밝혔다. 김태형 감독 이전에 가장 따르는 선배인 이대호도 그랬다.

정훈은 “대호 형도 야구 성적 말고 마음가짐 등을 보면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동경을 했다. 감독님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이 난다. 감독님이 가만히 서 있기만해도 내공이 느껴진다. 괜히 우승을 많이 한 감독이 아니다라는게 느껴진다. 그런 사람들에게 많이 배운다”라고 전했다.

그는 “버틴다는 표현을 좋아한다”라며 “사람이 버틴다는게 제일 힘들다. 또 기회가 생기면 버티다가 그 자리를 대신해서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후반기 목표도 비슷한 맥락이다. 정훈은 “가장 첫번째로는 팀이 이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내가 잘 하는 것이다. 나도 아직 경쟁력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