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훔치기 방지+시간단축' KBO에 상륙한 피치컴…"혼동 올 수 있어" 적응기간 필요, 호불호 갈린다 [MD울산]

울산 = 박승환 기자 2024. 7. 1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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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KT 장성우가 피치컴 장비를 오른쪽 무릎에 착용하고 경기를 하고 있다./마이데일리
2024년 7월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KT 선발투수 벤자민이 피치컴 수신기를 체크하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울산 박승환 기자] "당장 경기에서 쓰기에는 혼동이 올 것 같다"

KBO는 15일 "경기 중 투수와 포수 간의 사인 교환을 할 수 있는 장비인 피치컴 세트를 각 구단에 배포하고 구단 담당자를 대상으로 피치컴의 사용 방법, 규정 등을 안내하는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피치컴은 지난 1일 전파인증을 마쳤고, KBO는 16일부터 모든 구단이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피치컴은 지난 2019년 말 메이저리그에 사인훔치기 스캔들이 일어난 뒤 고안된 장비. 2022시즌부터 본격 실전에 배치됐다. 송신기에는 9개의 버튼이 있어 사전에 설정된 구종과 투구 위치 버튼을 순서대로 입력하면 수신기에 음성으로 전달된다. 메이저리그는 피치컴의 도입으로 상대팀 더그아웃을 비롯해 2루 주자가 더이상 사인을 훔칠 수 없게 만들었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피치컴을 선호하는 선수가 있다면, 이를 사용하지 않는 선수도 있다. 의무는 아닌 셈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피치컴을 활용함에 따라 KBO도 사인훔치기를 방지하는 등 여러 효과를 보기 위해 피치컴을 도입했다. 송신기는 투수나 포수에 한해 착용 가능하며, 투수의 경우 글러브 또는 보호대를 활용해 팔목에 착용한다. 포수의 경우 팔목, 무릎 등에 보호대를 활용해 희망하는 위치에 착용할 수 있다. 수신기는 모자 안쪽에 착용한다. 투수나 포수 외에도 그라운드 내 최대 3명의 야수가 착용 가능하며 덕아웃 및 불펜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피치컴이 도입된 후 가장 먼저 사용한 구단은 KT 위즈였다.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경기에서 웨스 벤자민과 장성우가 가장 먼저 피치컴을 꺼내들었다. 벤자민은 마이너리그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피치컴을 착용했고, 6⅓이닝 동안 1실점(1자책)으로 역투하며 시즌 8승(4패)째를 손에 넣었다. 가장 먼저 피치컴을 사용한 벤자민과 장성우는 매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벤자민은 피치컴의 가장 큰 효과로 타자와 승부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2024년 7월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김태형 감독이 인사하고 있다./마이데일리
2024년 6월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이승엽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마이데일리

하지만 아직까지 '호불호'는 조금 갈리는 모양새다. 이유는 피치컴이 15일부터 베포된 까닭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의 시간을 가진 양 팀 사령탑은 피치컴 활용에 일단은 회의적인 모습이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당장 실전에서 쓰기에는 쉽지 않다. 연습 때 써보면서 선수들이 선호를 한다면 쓰는게 맞는 것 같다. 당장 경기에서 쓰기에는 혼동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피치컴을 쓰는 것이 경기 속도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결국 포수가 낸 사인에 투수들이 고개를 젓는다면 경기 시간 단축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봤다. 사령탑은 "투수들이 사인에 대해 싫다고 누를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렇게 되면 포수가 또 여러 버튼을 눌러야 하지 않나"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ABS에 대해서는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이승엽 감독도 피치컴에 대해서는 김태형 감독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는 모양새였다. 이승엽 감독은 "투수들과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진 않았지만, 나는 선호하지 않는다. 시즌 초반도 아니고, 약 50경기 정도가 남은 상황에서 한 경기, 한 경기가 전쟁같은 중요한 시기인데, 피치컴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로 인해 마운드에서 본인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큰 손실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양 팀 감독 모두 실전에 배치될 때까지의 적응 기간이 없었던 것에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계속해서 이승엽 감독은 "투수들이 원한다면 당연히 해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지금은 피치컴을 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 시즌이 끝나고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편하긴 할 것이다. 그런데 적응이 관건이다. 허둥지둥하고, 변화구 사인을 냈는데 직구를 던지고 이럴 수도 있다. 확실한 준비와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롯데 자이언츠 찰리 반즈./롯데 자이언츠

사령탑도 비슷하게 롯데 '좌승사자' 찰리 반즈도 연습을 해보겠다는 정도의 입장이다. 반즈는 "피치컴을 사용해 보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아직 명확한 결정을 하지는 못하겠다. 우선 불펜 투구할 때 몇번 테스트해보고 사용을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막 피치컴이 도입된 까닭에 현장에서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물론 피치컴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강제성이 없는 것이기 때문. 일단 롯데와 두산의 경우 피치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적응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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